▲법원이 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에 대해 청구했던 구속영장을 기각해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 27일 김 회장이 웃으며 법정에 들어가는 모습.

법원이 수백억 원대 세금탈루 혐의를 받고 있는 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의 사전구속영장을 기각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대전지법 구속영장 전담판사인 김경희 부장판사는 10시간이 넘는 장고 끝에 지난 28일 새벽 0시 30분께 김 회장에 청구된 사전구속영장을 기각한 바 있다.

먼저 검찰이 김 회장에 대해 영장을 청구한 이유는 대략 3가지로 알려져 있다. 김 회장이 타이어뱅크를 운영하면서 명의를 위장하는 수법으로 수백억 원의 세금을 탈루했다는 부분이다. 국세청이 고발한 것도 이 때문이다.

타이어뱅크는 전국에 360여 매장을 운영 중인 가운데 국세청은 점장들이 타이어뱅크 직원임에도 본사에서 점장들의 명의를 위장해 매장을 운영하는 방식으로 수백억 원대 종합소득세와 법인세를 탈루한 것으로 보고 검찰에 고발했다. 국세청은 지난 연말 검찰 고발과 함께 타이어뱅크 위수탁 매장 312곳에 대해 위장사업자 직권 폐업을 통지하기도 했다.

검찰은 국세청에서 자료를 넘겨 받아 국세청 조사 자료를 처음부터 다시 검토했으며, 특히 이 과정에서 문제의 여지가 있는 매장의 경우 전현직 점장을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 조사를 벌였다. 또 거점 지역 매장의 전현직 점장들도 소환해 세금 납부와 관련된 조사를 병행했으며, 수사 마무리 단계에서 김 회장을 비롯해 고위 임원들을 줄줄이 소환해 조사하기도 했다.

탈루한 세액의 규모가 정확히 알려지지는 않고 있지만 국세청이 김 회장에게 과세한 금액을 보면 대략 그 규모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연말 국세청이 위수탁 매장 312곳에 대해 직권 폐업을 통보할 당시 750억원을 과세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회장은 이 금액 전부를 납부했다.

검찰은 또 김 회장이 회사를 운영하면서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와 국세청 세무조사 당시 일부 자료를 파기해 증거를 인멸한 혐의도 문제를 삼았다.

이같은 검찰 주장에 대해 법원은 자세하게 영장 기각 이유를 밝혔다.

김경희 대전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탈루한 세금을 납부하고 횡령 및 배임 금액은 반환한 점을 참작했다"며 "세무조사 초기 일부 세무자료를 파기하는 등 그 증거인멸을 시도한 사정은 인정되나, 혐의사실에 관한 증거자료가 수집되어 있어 피의자가 정당한 방어권 행사의 범위를 넘어 추가적인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는 사정은 없다"고 영장을 기각했다.

김 판사는 이외도 피의자인 김 회장의 법률적 방어권 보장과 수사기관의 수사를 성실히 받아온 점 등도 종합적으로 참작해 영장을 기각했다고 밝히고 있다.

즉 김 회장이 탈루한 세금과 횡령금액을 납부했기 때문에 굳이 구속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법원이 영장을 기각한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스스로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면서도 국세청에서 과세한 탈루세액과 횡령 금액 모두를 납부하면서 일단 구속 사태는 면하게 됐지만 법정에는 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전지검이 김 회장에 대한 영장 재청구 여부를 검사장 등 지휘부가 부임하는 대로 결정하는 한편, 다음달 중으로 김 회장을 비롯한 회사 관계자들을 일괄 기소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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