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득이심리상담센터 박 경 은 철학박사(심리학전공)

우리는 ‘존중’이란 단어를 흔하게 자주 접한다. 그렇다보니 마치 자신이 ‘존중’을 잘 알고 실천한다고 믿고 있는 사람도 의외로 많다. 그러나 ‘존중’은 그렇게 쉬운 단어가 아니다. ‘존중’은 ‘그 자체 그대로의 인정’이다. 그 속에는 믿음과 책임이 들어있다. 자녀가 부모를 존중하는 것도 부모로써의 역할에 대한 책임을 다하려고 노력하며 살기 때문이다. 그리고 부모가 자녀를 존중하는 태도는 자녀 스스로 선택한 것에 대한 책임감을 지도록 밑바탕을 만들어 주는 완충제역할을 한다. 자신의 기질에 따라 각기 다른 방식으로 갈등이나 문제를 해결한다. 그러나 각기 다른 기질임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부분은 자신이 선택한 것에 대한 책임이다.

우리의 일상이 되는 학교나 직장 그리고 결혼을 해서 일궈 낸 가정에서의 생활에서도 책임이 따르지 않으면 믿음 또한 점점 약해진다. 한 가지 예를 들면, 직장생활에서 스트레스가 없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투덜거리면서도 직장을 유지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이 말은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는 스스로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이라는 것이다.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은 자신이 자신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을 만큼이라고 해석해도 좋다. 그러나 직장 내에서 스트레스가 상승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사직서를 쉽게 던지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직상생활을 하다보면 고참의 적응되지 않는 날카로운 말투, 인격을 무시하는 언어들, 그것을 묵인하는 사업주 등 다양한 원인 때문이라도 회사를 그만둬야 할지를 고민한다. 어디까지 바보가 되어야 하는 것일까에 대한 판단도 서지 않을 때가 있을 수 있다. “가만히 있다고 해서 ‘가마니’로 보이나?”라고 흔하게 사용하는 농담도 감정을 자극한다. 결국 버티거나 포기하거나 선택해야 하는 것은 자신의 몫이다. 보여 지는 그것이 그 사람의, 그 회사의 전부는 아니리라는 것을 믿고 싶을 뿐이다. 자신에게 닥쳐오는 좋은 일은 나쁜 일에 비해 쉽게 잊는 법이지만, 부정의 언어와 억양(엑센트)는 아무리 빈번해도 익숙해지지 않는 법이다. 그렇다고 해서 스트레스를 받는데 안 받는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로계약서의 기간은 버텨야한다. 사실 그것 또한 버티는 것과 버티지 않을지도 선택해야 한다. 끊임없이 선택하고, 결정해야 하는 삶 그 모든 것에는 책임이 따르기에 어려울 수도, 쉬울 수도 있는 것이다.

‘책임을 진다’라는 것이 부담스럽고 두렵기에 ‘불안’이라는 친구를 옆에 데리고 다닌다. 그 ‘불안’은 조금 더 견딜 수 있는 힘을 부여해 준다. 즉 때로는 부정의 감정이 에너지원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불쾌한 감정은 오히려 유익한 기능을 할 수도 있다. 최근의 자신이 경험한 슬픔이나 분노, 죄책감, 불안 등의 감정을 떠 올려 보라. 어떤 감정이 느껴지는지, 어떤 생각이 떠오르는지, 그것으로 인하여 어떤 행동과 신체적 감각 등을 동반했는지를 거슬러서 생각해보라. 자신의 익숙해진 패턴 속에서 또 다른 감정에 형성되고, 어떤 일을 계획하는데 동기부여가 되는 것과 분명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이해할 수 있다. 불쾌한 감정이 오히려 책임에 대한 강박을 강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자신의 심리적, 육체적 건강을 위해서는 강약조절은 반드시 필요하다.

요즘 중년의 사람들을 만나면 낯가림이 심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나는 웃으면서 이렇게 말한다. “걱정 마세요. 거의 낯가림이 심하다고들 말해요. 모두 아직 3살인 걸요.” 그러면서 한바탕 웃어본다. 생각해 보니, 3살이 맞는 것 같다. 어쩌면 3살도 과한가? 중년이 되면 낯가림이 심해지는 것은 두려움이다. 그 두려움 속에서 자신이 선택한 것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못할까봐에 대한 걱정과 불안이 내포되어 있다. 흔히 말하는 ‘나이 값’이다. 그런데 자신에게 당당하고 자기를 배려하듯, 타인을 배려한다면 그것이 뭐 그리 중요한가. 어쩌면 우리의 ‘나이 듦’은 적정한 책임이 따르는 원활한 대인관계를 소망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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