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득이심리상담센터 박 경 은 철학박사(심리학전공)

매일 눈을 뜨면 나는 블로그를 통해 고백을 하면서 하루를 시작하곤 한다. 나는 지혜롭지 못함에서 오는 부족함을 느꼈을 때 자신에게 미안함이 올라왔다. 그러나 어제와 다른 오늘을 맞이한다는 중요한 사실이 나에게 너무나 소중하고 값지다. 미안함을 축복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새벽 미사에 참석하기 위해서 성당에 갔다. 신부님의 복음말씀을 들으면서 반성의 마음이 밀려왔다. 그리고 고해성사를 마치면서 울컥했다. 울컥하는 이 마음 안에서 ‘지혜로움’과 ‘부족함’이라는 단어가 맴도는 것을 알았다.

지금까지는 부족함을 알았더라도 낯 뜨겁게 느낀 적은 없었는데, 지금 이 순간 낯 뜨거울 정도의 화끈함이 올라왔다. 사실 과거의 나의 모습을 보면 은근히 때로는 대놓고 남의 탓을 했다. 다른 사람에게서 불편한 이유를 찾았고, 자신을 합리화했고, 그들의 잘못과 서운함을 말했다. 그것이 뒷담화가 아니라고 부정했다. 그것이 자신의 합리화이고 방어였음을 알면서도 그랬다. 신부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창피함으로 심장이 뜨거워짐을 느꼈다. ‘아. 내가 남의 탓을 했구나…….’ 이것은 분명 나의 부족함일 뿐인데, 나 스스로 나를 보지 못했구나.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했다. 자신에게 너무 미안했다.

이런 계기로 남의 탓을 하기보다는 나의 잘못과 부족함을 먼저 돌아보는 시점이 되었다. 미안한 사람들이 떠올랐지만 그 사람에 대한 마음을 접기로 했다. 예전 같으면 충분히 거슬러 올라가서 연락을 했겠지만, 지금은 되돌려 거슬러가고 싶은 마음이 없다. 그 이유는 과거 행동에 대한 반복패턴에서 벗어나기 위함이고, 항상 지금 현재 이 순간이 다시 시작이며 그것으로 스스로의 만족함을 알기 때문이다. 지금 현재 함께하지 않으면 그저 과거의 사람일 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기서 말하는 ‘현재’는 물리적인 상황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정서적, 심리적 깊이와 관계를 의미한다.

모든 순간이 기적이다. 모든 것을 새롭게 볼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만나는 상황, 환경, 사람들에 대해서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여기에 있는 자신에게 충실해야 한다. 자신에게 충실은 ‘애씀’을 의미하지 않는다. ‘자신에게 충실하다’는 것은 자신의 부족함(분별력, 지혜로움 등), 신체적 열등, 정서적 취약함, 연약함 등을 인정하는 것이다. 타인을 바라보는 마음을 늘 새롭게 하고, 존중하는 자세로 진심을 다하는 것이 현재를 잘 살아가는 것이라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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