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득이심리상담센터 박 경 은 철학박사(심리학전공)

해가 바뀐다는 것은 매우 긍정적이고 희망적이다. 해가 뜨고 지는 것은 매일 같은데, 24절기가 있고, 사계절이 있으면서 365일을 보내면 그것을 ‘1년’이라 한다. 그리고 또 다시 새로운 해가 시작된다. 새해가 되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서로 인사를 한다. 나는 몇 년 전에도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새해 복 많이 지으세요.’ 라고. 복 짓지 않고 복을 많이 받을 수 있을까? 생각했다. 그것보다도 ‘~받으세요.’처럼 ‘받음’에 익숙해져서 주는 것이 낯설고 어색한 행위로 묻혀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해서 꼭 ‘받음’에 익숙하다고도 볼 수 없다.

이것은 부모와 자녀간의 관계 안에서 불편한 진실이라고 할까. 흔히들 넘치도록 나누는 사람들은 자신이 그만큼 받고 싶어서라고 말을 하고 한다. 심리학적으로도 똑같은 해석을 한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설령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다고 하더라도 전체가 아니라는 것이다. 소수의 몇 명은 받고 싶어서가 아닌 진실로 나누는 것을 천직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짓는다’는 것은 ‘나눈다’라고 말고 같다. ‘나눔’은 자신이 나누고 싶은 것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에게 필요한 것을 나누는 것이다.

즉 ‘나눔’에는 여러 갈래의 의미가 있다. 예를 들어, 어린아이가 자신이 좋아하는 과자를 먹다가 다른 아이가 와서 과자 하나만 달라고 할 때, 그 아이는 주려고 하지 않는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과자이기 때문이다. 즉 소중한 것을 나누려는 마음조차 없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아이가 다른 아이에게 자신의 과자를 나눠먹었다면 그것은 그 행위 자체로써도 의미가 있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상대방과 나눌 수 있는 마음과 용기는 누구에게나 있지 않다. 이런 ‘나눔’이 곧 ‘복을 짓는 일’이다. ‘나눔’을 나열하다보니 ‘선물’의 개념까지 생각이 확장이 된다. ‘선물’은 내용물이 무엇이냐에 의미를 두는 것보다는 그 사람이 그 선물을 사기까지의 과정과 마음을 중히 여긴다.

그러나 선물을 받는 사람은 그 선물이 자신에게 필요한 것인지를 먼저 따지는 사람이 있다. 이 또한 사람의 성향에 따라 각기 다르다. 어느 날 핀잔의 말을 들었던 기억이 깊이 남아 있는 사건이 있다. 나름의 고마움을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새해 ‘다이어리’를 선물을 했다. 나에게 있어서 새해 ‘다이어리’는 큰 기쁨이고 설렘을 주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극히 주관적인 견해일 뿐이다. ‘다이어리’를 보자마자, 직장에서 받은 다이어리가 있어서 필요치 않다는 것이었다. 거기에다 한 마디의 말, “‘선물’은 자기 기준대로,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선물한다더니 진짜 그러네.” 라는 가시가 섞인 말이 아직도 깜짝깜짝 놀랄 정도로 남아있다. 좋은 감정의 상태면 예쁜 핀잔이 될 수 있지만, 그 당시의 자신의 감정에 따라 받아들이는 정도는 상당히 대조적이게 된다.

새삼스럽게 ‘나누는 삶’에 대해 묵상해 본다. 10대 후반에 평생 봉사만 하는 삶을 갈망한 적이 있었다. 그것이 삶에 있어서 자신에게 주는 큰 기쁨이고 즐거움이고 행복이라고 믿고 있었던 것 같다. 과거에 그런 삶을 추구했다면 현재는 그 또한 나의 ‘가짜자기’였나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게으름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그러나 과거에는 그 모습이 ‘참자기’였다면, 지금의 나의 모습은 세상 속 인간이 되어 버렸다라고 표현한 것이 더 맞을지도 모른다. 나누는 삶은 ‘과거의 나’에게 그리고 ‘현재의 나’에게도 의미 있는 삶이다.

지금은 그저 아주 작은 일부, 그것을 나누는 삶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자신에게 너무 냉철한 것인가. 사실, 과거의 모습처럼 순수하게 나누는 삶이 아니다보니 심리적, 정신적 가난함을 느끼고 살고 있다.

복을 짓는다는 것, 나누는 삶, 그것이 물질이 아니더라도 그저 있는 그대로 순수함이어야 한다. ‘있는 그대로의 순수함’은 무엇인가를 믿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마음속에 있는 진짜 자신을 찾아내어 자신과 마주하면서 나타내어지는 형상이다. 즉 여기서의 ‘믿음’은 자기 마음속의 ‘참자기’를 진실로 보는 것이다. 인간적인, 세속적인 것에 휘말리지 않고, 서로 편을 나누거나, 선과 악을 자신의 잣대로 구별하거나 돈이 많고 적거나 사회적 위치가 높고 낮음, 학위가 높고 낮음의 구별을 버리고 각 사람마다의 개성을 존중하고 있는 그대로를 존중받을 수 있도록 각 자신의 마음 밭을 일궈야 한다. 곧 그것이 복 짓는 데 밑거름이 될 것이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다양한 경험에 따라 가치관과 철학이 바뀌는 것도 있고 바뀌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복을 지어야 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단지 그 형태가 다양해진 것이다. 이제는 굳이 나누지 않아도 자기 인생을 기쁘고 즐겁게 살아가는 것만도 ‘복을 짓는 것’이 되고 ‘나눔’이 된다는 것을 일상에서, 친구나 지인의 삶을 통해서 배우게 된다. 즐겁게 사는 모습을 보면서 어떤 사람은 자신의 삶의 동기부여를 갖게 되기도 하고, 어떤 사람에게는 동행하며 기뻐할 수 있고, 어떤 사람에게는 그 자체만으로 희망이 되고 빛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자신이 있는 그 자리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흐뭇한 미소가 일상에서의 복 짓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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