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득이심리상담센터 박 경 은 철학박사(심리학전공)

우리는 하루에도 몇 명의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고, 스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 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지는 않습니다. 다양한 인연 중에 남녀커플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우리는 사랑하는 연인과 헤어짐을 불행이라고 여깁니다. 그러나 누가 보아도 아닌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붙잡고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부모가 말려도 안 되는 일 중의 하나가 바로 이런 일입니다. 자신의 마음이 가장 중요하지만 자신도 ‘그 사람은 아니에요’라고 말을 합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 사람을 놓아버리지 못하고 두렵게 하는 것일까요?

대체로 공허함과 외로움을 견딜 수가 없어서 그렇습니다. 그 공허함과 외로움이 그 사람과의 만남을 지속한다고 한들 그 만남을 무엇을 어떻게 채워지는 것일까요? 절대 그러한 만남으로 채워질 수 없음을 그들이 더 잘 알고 있습니다. 채워지는 것은 다른 사람이 채워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채워가는 것입니다. 다만, 서로가 조금씩 성찰한다면 가능합니다. 충분한 훈련과 시간이 필요하며 감수해야 할 몫이 많습니다. 그러나 헤어짐이 두려워서 자신이 해야 할 말을 참거나, 자신을 아프게 하지는 말아야 합니다. 그러면 자신도 모르게 거짓감정을 키우게 됩니다. 그 거짓감정은 자신을 상실하게 만들어버립니다. 따라서 자신을 아프게 하는 사람을 만날 이유가 있을까를 스스로에게 묻고 되물어봐야 합니다.

자신이 상대방을 통해서 어떤 이득을 취하기 위한 것인가를 스스로 묻고 답해야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힘이 생깁니다. 자신에 냉정해야 하며, 때론 처절하다는 느낌까지도 받을 정도로 냉철해야 합니다. 또 헤어짐이 두려운 이유는 헤어지자고 말해놓고서 스스로 외로움을 이겨내지 못하고 다시 그 사람을 찾아갈지도 모른다는 자신의 결정을 신뢰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안이 크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나는 이 사람과 헤어지면 불안하고 불행해질 거야. 이 사람보다 더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없어. 그래서 이 사람과 헤어지면 안 돼’라는 사고왜곡에서 오는 자기암시를 주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헤어질 때는 헤어진 것만이 명백한 사실입니다. 그 이후에 불안이 올라오는 것과 외로움에 죽을 것 같은 공포 등은 자신이 만들어낸 주관적인 감정입니다. 어쩌면 우리의 생각이 불행과 행복이란 감정을 선택적으로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때때로 말을 거름망 없이 마구 쏟아내어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쏟아내는 말을 들으면서 수치심과 죄책감에 괴로워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 상처와 괴로움을 느끼면서까지 관계를 유지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결단이 어렵다면 그 사람이 자신의 삶에서 중요한 사람인지를 거듭 생각해봐야 합니다. 관계가 끊어짐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합니다. 꼭 그 사람이 아니어도 됩니다. 때론 꼭 그 사람이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꼭 그 사람이 아니어도 되는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오래갈 수 있는 관계입니다.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볼 수 있는 것도 대단한 용기와 훈련이 필요합니다. 그 감정이 긍정이든, 부정이든, 불안이든, 두려움이든, 집착이든, 상관없이 무엇 때문에 그 감정이 올라오는지를 잘 탐색하는 연습이 중요합니다.

자신의 감정을 잘 모른 채 타인을 수용할 때는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숙제를 떠안게 됩니다. 관계는 소통이 잘 될 때 비로소 자유함을 얻게 됩니다. 소통은 ‘흐름’입니다. 그래서 관계는 ‘흐름’입니다. 그 흐름을 붙잡거나 얽매이지 마십시오. 관계 속에서 당면한 과제는 해결해가는 것이 지혜롭지만, 없어도 되는 과제를 일부러 끌어안을 필요는 없습니다. 그 이유는 아주 간단합니다. 자신이 소중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아파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그 아픔을 기쁨과 감사로 돌릴 수 있는 삶을 살아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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