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득이심리상담센터 박 경 은 철학박사(심리학전공)

좋은 사람이냐, 나쁜 사람이냐의 기준은 자신에게 해(심리적, 물질적, 정신적)를 입힌 사람은 나쁜 사람이고, 편안함을 주는 사람은 좋은 사람입니다. 그래서 기준은 각 개인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즉 좋은 사람이 모든 사람에게 좋지 않듯이, 나쁜 사람이 모든 사람한테 나쁘지는 않습니다. 단지 자신과의 관계의 친밀도가 높을수록 더 많은 상처를 주거나 더 많이 아프게 하는 경우는 빈번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이 모든 사람에게 나쁘지 않을 수 있음은 너무나 역설적이지만, 중요한 사실입니다.

저 또한 성인이 된 이후 30년이라는 세월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몇 명의 사람에게 잘못한 것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때는 철이 없었고, 생각도 좁았고, 이기적이었다고 말하기엔 너무 미안하고 창피합니다. 지금은 그들의 연락처도 없기 때문에 어떠한 방법을 더 찾지도 않습니다. 살다 보니, 후회스럽고 다시 재회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게 작용할 때도 있습니다.

어쩌면 저마다의 상처에 따라서는 ‘나’라는 사람을 다시 만나고 싶지 않을 수 있습니다. 더 심하게는 ‘나’라는 존재를 지워버리고, 함께 했던 시간과 추억마저도 치욕스럽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내 잘못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관계 끊음’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무지 당황스럽지만 어찌할 방도가 없기 때문에 반강제적으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오해를 풀지 못해서 관계가 정리되는 사람도 있고, 자신이 불편함을 많이 가지게 되어 연락을 뜸하게 하다 보니 저절로 정리되는 관계도 있습니다. 그리고 흔치 않는 경우이지만 서운함을 솔직하게 말해서 관계가 소원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여러 가지 수많은 이유로 우리는 ‘관계형성’을 참 힘들어하고 어려워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계의 중요성’을 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최소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스스로 자신을 ‘나는 별로인 사람인가’, ‘나는 나쁜 사람이야’라고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말을 하려고 합니다. 그것은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도 될 수 없지만 모든 사람에게 나쁜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살다 보니, 내가 보고 싶은 사람보다 나를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즐겁고 덜 아픕니다. 이왕이면 서로가 보고 싶어 하면 ‘금상첨화’입니다. 살다 보니, 내 생각대로 결정하고 행동하는 것에 급급함보다는 때로는 결정하지 않고 그냥 흘러가게 내버려두는 것도 삶의 방법이 됩니다. 관계 안에서 우리는 자신의 마음과 상대방의 마음이 충분히 다름을 알아야 합니다. 서로 다른 마음일 때는 자신의 에너지를 감소시키는 일을 선택하지 않아야 합니다.

자신이 마음을 주체하지 못할 만큼 스스로 감정에 치우치더라도 에너지를 떨어지게 하는 생각을 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나중을 위해서 에너지를 충분히 충전해두어야 합니다. 행여 ‘나중은 없다’고 해도, 지금 현재 괜찮을 만큼의 자신을 조금씩 조금씩 만들어가야 합니다. 이 모든 것은 자신을 위해서입니다. 곧 자신을 위한 것은 타인을 위한 것과도 같습니다. ‘참된 자신’이 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렇게 되다 보면, 좋은 사람이 되거나 나쁜 사람이 된다는 것에 의미를 두지 않게 됩니다. 다만, ‘자신’이 결정하는 모든 것들이 자기를 위한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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