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항규 목원대학교 명예교수 심리상담사

요즘 우리나라 정치를 바라보는 국민 대부분이 인식하고 있는 현상이 정치가 실종되어 있다는 점이다. 정치란 서로 다른 견해들을 상호 존중하면서 설득과 협상을 통해 조정하고 타협안을 도출해나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 정치 현실은 정치가 실종된 채 의견을 달리하는 상대를 설득과 협상의 대상이 아닌 적대적이고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어, 이를 바라보는 국민을 답답하고 안타깝고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새삼 정치가 수행해야 할 바람직한 과제와 정치 지도자의 자격 요건을 제시한 공자님의 말씀이 그 어느 때보다 귀한 말씀으로 다가온다.

󰡔논어󰡕 안언편(顔淵篇)에 자공(子貢)이 공자에게 어떻게 하면 정치를 잘하여 국가를 잘 다스릴 수 있는가를 물었다, 이에 공자는, “먹을 것이 풍부하고(足食), 국방이 튼튼하며(足兵), 국민이 정부를 신뢰케 해야 한다(民信)”고 했다. 곧 정치가 수행해야 할 과제는 국가 경제를 살리고, 안보를 튼튼히 하며, 국민이 믿고 신뢰하는 정부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자공이 또 묻기를 “부득이하여 이 세 가지 중 한 가지를 그만두어야 한다면 어떤 것을 먼저 버려야 하겠습니까?”를 묻자 공자는 “군대의 훈련을 그만두어야 한다(去兵)”고 했다. 또 자공이 묻기를 “부득이 남은 족식(足食)과 민신(民信) 중 한 가지를 버려야 한다면 어느 것을 버려야 하는가?”를 묻자 공자는 “먹을 것을 그만두라(去食)” 하고 “죽음이야 누구든 면할 수 없지만, 국민으로부터 신뢰감을 상실하면 정치를 할 수 없다”며 정치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가치가 국민으로부터의 신뢰임을 강조했다.

국가 경제가 풍요롭고 국방력이 튼튼하지만 국민 사이에 불신과 혐오가 가득한 나라보다는, 비록 경제가 좀 어렵고 국방력이 좀 떨어지더라도 국민 상호 간에 그리고 국민과 정치 지도자 사이에 굳건한 신뢰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가 더 바람직한 국가의 모습임을 공자는 강조하고 있다. 견고한 신뢰가 전제되면 어려운 경제도 외적의 침입도 하나로 똘똘 뭉쳐 헤쳐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공자는 정치 지도자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기 위해서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자격 요건으로 정치 지도자의 수기(修己)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본다. 즉, 국민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먼저 정치 지도자가 스스로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에 기초해 가정을 다스리고(齊家) 나라를 다스리며(治國), 궁극적으로 밝은 덕을 천하에 밝혀야 한다(平天下)는 것이다. 따라서 공자의 도(道)를 정치 지도자가 먼저 자신을 바로잡는 수기(修己)를 거친 후에 남을 편안하게 하는 안인(安人)을 행하여야 한다는 의미에서 일명 ‘수기안인지도(修己安人之道)’라 부르기도 하고, ‘내성외왕지도(內聖外王之道)’라 부르기도 한다. ‘내성’은 수기의 최고 형태로서 내적으로 성인이 됨을 소망하는 것이고, ‘외왕’은 내성을 통한 자기완성에서 더 나아가 성군(聖君)으로서 만백성과 공영을 누릴 것을 소망하는 안인(安人) 내지 치인(治人)의 최고 이상 실현을 말한다.

이런 논리가 어찌 국가에만 적용되는 논리이겠는가. 우리네 각 가정 역시 자식을 양육하는 부모가 먼저 자신을 돌아보며 성찰하고 변화되는 수기에 전념하는 것이 바람직한 가정울 이루기 위한 근본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수기안인(혹은 修을 己治人)의 구체적 방법은 무엇인가. 󰡔대학(大學)󰡕 경문(經文)에서는 그 구체적 과정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옛날 밝은 덕을 천하에 밝히려는(平天下) 사람은 우선 그 나라를 다스렸고(治國), 그 나라를 다스리려는 사람은 우선 그 집안을 바로잡았고(齊家), 그 집안을 바로잡으려고 했던 사람은 그 전에 그 몸을 닦고(修身), 그 몸을 닦으려고 했던 사람은 먼저 그 마음을 바르게 했고(正心), 그 마음을 바르게 하려고 하는 사람은 먼저 그 뜻을 성실하게 하고(誠意), 그 뜻을 성실하게 하려고 한 사람은 먼저 그 지식을 투철하게 했으니(致知) 이는 모든 사물의 이치를 궁구(窮究: 格物)하는 데 있다

충청베스트뉴스  webmaster@ccbnews.kr

<저작권자 © 충청베스트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