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선옥(시인, 논산문화원장)

마음을 너그럽게 써야겠다는 생각을 자주 하곤 한다. 지난날들을 되새김할 때에 가지는 생각이다. 그때는 좀 더 잘해 보려고, 내가 맡은 일을 공평하고 바르게 하려고 그렇게 했다. 그랬는데 아무래도 몇몇 사람은 섭섭해했을 것 같다. 노골적으로 나를 비난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내가 옳다는 신념을 버리지 않았다.

얼마 전에 어떤 선배가 나한테 “당신은 참 냉정한 사람이야.”라고 말했다. 내가 좀 봐줘야 할 사람은 봐줘야 하는데 그러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그래서 나는 개인 사업을 하는 사람은 천 원짜리 물건을 칠백 원을 받든 오백 원을 받든 자기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다. 하지만 공직에 있는 사람에게는 그런 재량권이 없다. 오직 자기에게 주어진 일을 공정하게 처리해야 할 의무만 있다고 말했다.

나는 그렇게 하여야만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설사 누가 싫어하거나 빈축을 사는 일이 있더라고 아랑곳하지 않겠다고 호기를 부렸다. 더욱 가관인 것은 “나를 나쁘다고 말하는 사람은 그가 나쁜 사람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하면 아무래도 잘못 판단했던 것 같다. 뉘우치는 게 여럿이지만, 그 첫 번째가 계절제 대학원을 가고 싶다는 선생님의 의견을 묵살한 일이다. 담당 과목이 방학 때에 보충수업을 해야만 해서 허락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 판단은 현명하지 못했다. 나는 그 선생님의 수업을 신뢰하고 있었지만 더 나은 수업을 위해서 그의 의견을 존중했어야 했다.

다음은 한 학년만 등교하는 날에 연가를 허락하지 않은 일이다. 담당 시간이 한 시간이니 연가를 내도 크게 지장이 없을 것이라는 말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전 직원이 나오는 날이면 누구라도 보강을 들어가면 되는 일이지만 몇 사람만 나오는 날에는 그 한 시간이 크게 부담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벌써 아득한 옛날 일이지만 가끔 생각이 나서 나를 괴롭힌다. 그렇다고 새삼스레 전화해서 그때의 내 판단이 옳지 못했다고, 사과하기도 겸연쩍은 일이다. 우연히 만나기라도 하면 서슴없이 사과하겠지만, 그 가능성은 매우 희박한 일이다. 그렇다면 내 가슴에 담고 두고두고 삭여야 할 터이니 난감한 일이다.

요즘의 나도 예전 그때와 별반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내 일상의 이런저런 처결을 보면 변한 것이 하나도 없다. 곰곰이 생각하면 나중에 내 기력이 쇠잔하여 오직 지난날이나 들추어서 되짚어보게 되면 지금의 내 태도를 칭찬하기보다 왜 그랬느냐 핀잔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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