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만들어 놓은 틀에 가끔은 자신이 걸려들어 빠져나오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보곤 한다. 그 중 하나가 ‘인간관계’에서의 틀이다. 즉 ‘한 번 맺은 인연은 끝까지 책임져야한다.’라는 비합리적인 신념이 자신의 주장을 당당하지 펼치지 못하고 눈치를 보거나 물질이나 외적으로 보여 지는 것에 열등을 느끼고, 거기에 따르는 질투로 자신을 괴롭히면서 까지도 인연을 떠나보내지 못한다.

과거 나의 무의식과 의식을 차지하고 있는 대부분이 ‘인간관계’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관계’에 힘들어했다. 스스로 ‘집착’이란 단어를 사용할 만큼 자신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데는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 과정 속에는 상처와 고통, 억울함, 분노, 부정, 우울, 무기력, 체념, 비난, 극단적 선택 등 복잡 미묘한 감정까지도 그냥 스치지 못했다. 숱한 날들을 보내고 지금은 “그깟 ‘관계’가 뭐라고, 내 삶의 전부를 헌신할 정도로 집착했을까?” 그러나 그 어떤 것도 의미가 없는 것은 없었다.

‘한 번 맺은 인연은 끝까지 가야한다’는 생각이 몸의 구석구석 알지 못하는 세포까지 점령한지도 모른 채 그 생각은 어느 시점에서 최고점을 찍었다. 내 안의 비합리적인 신념으로 ‘나’를 얼마나 억압하고 희생하게 하고, 정신적인 대가를 기다리게 했는지 너무나 늦게 깨달았다. ‘정신적인 대가’라? 인정욕구였을까? ‘너는 참 괜찮은 사람이야.’라는 말을 듣기를 원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그것이 뭐가 중요하다고 그 많은 것을 감내할 만큼의 가치 있었던 것이었을까? 그 당시에는 그랬을 것이라고 그저 생각할 뿐이다. 비합리적인 신념이 삶의 엄청난 걸림돌이었음을 깨달았다. 또한 ‘지금의 나’를 여기까지 살게 했던 원동력이 된 것도 사실이다. 전부 나쁘거나 전부 좋거나가 아닌 함께 공존이다.

그 어떤 것은 그냥 얻어지는 것이 없었다. 그만큼의 고통이 따랐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라는 말이 있듯이 아픔이 없이는 성장하기는 어렵다는 것도 더불어 알게 되었다. ‘한 번 맺은 인연은 끝까지 가야 한다.’라는 가치관이 내면에서는 ‘관계에 대한 강박과 집착’이란 아픔으로 점점 퍼지더니 결국에는 심장의 절개할 만큼의 고통을 지불해야 했다. 그것은 자신안의 교만이었고 고집이었다는 것을 인정했다.

또한 '한번 친구는 영원한 친구'처럼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자신을 어리석고 맥 빠지게 하는지를 경험을 통해 겪으면서 내 삶은 온통 엉망진창이 되어버렸다. 특별한 인간애를 가졌다고 믿었다. 그것은 자신을 위한 자기합리화였다. ‘부분’을 보고 ‘전체’로 인지하여 관계가 정리되기도 했지만 속담에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라는 말처럼 나름의 판단이었을 것이다. 결국 시간이 흐르고 나니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사람’이 되어버린 자책으로 또 힘든 시간을 보냈어야만 했다. ‘인간관계’가 삶의 대부분이었으니 얼마나 많이 흔들리고 힘들었을까를 또 생각해봐도 가엽다는 감정과 용기에 늘 지지할 뿐이다.

내 주변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간관계’에 능숙하다. 나의 기준에서 볼 때, 그들은 감정을 소모하지 않을 정도로 냉철하다.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적당하게, 서로 감정을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자신의 것을 내어주고 걷어 들이는 것을 자유자재로 잘 하는 사람들이다. 필요치 않는 곳에 마음을 내어주지 않는 기술도 뛰어나다.

나의 잘못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관계가 틀어지는 것을 괴로워했다. 반복된 관계의 틀어짐에 대해서 오랫동안 분석을 통해서 알게 된 사실은 처음부터 ‘No.’라는 대답을 못한 것, 어쩌면 ‘YES 맨’이고 싶었구나. 이것은 ‘좋은 사람’이란 이미지를 무의식 깊이 원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자기교만’이었음을 알았다. 그들이 원하면 무엇이든 다 해줄 수 있다는 ‘마술적 전능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이것은 ‘유아적 전능감’이라고 말한다.

결론적으로 ‘유아적 사고’에서 멈춰있다는 것을 증명해 주는 근거가 되었다. 그래서 오해받기 싫어서 늘 솔직해야한다는 태도가 덜 성숙된 어른의 모습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변하지 않는 중요한 사실은 그들은 분명 나와 다른 사람들이었고, 그들은 잘못했고, 그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지 않는 뻔뻔함이 있다는 것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당당하다’라는 것이다. 이 또한 각자의 주관적인 해석 차이에 따른 다름일 것이다.

물줄기가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처럼 흐름은 다시 되돌아가지 않고 늘 새로운 환경을 맞이하는 것처럼 ‘인간관계’도 그렇다는 것을 이제는 잘 알고 있다. 과거의 흔적을 찾아 전화번호를 눌러보기도 했다. 연락이 안 된 수년간의 세월을 어찌 채울 수 있을까? 어떤 관계는 안부를 물으며 기쁘게 맞이해주고, 어떤 관계는 ‘이 사람이 왜 나한테 전화했지?’ 전혀 통화하고 싶지 않는 목소리를 들어야 했고, 어떤 관계는 다시 어제 통화한 사람처럼 생생할 정도의 만남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흐름을 역행하는 것은 그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으니 자신을 탐색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그런 상황에서 깊은 탐색을 했다. “너는 무엇을 얻기 위해서 그 사람들을 찾아야만 했니?”, “아쉬움을 이런 방법으로 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는 것은 아니니?”, “너의 그 무엇이 마음을 움직이게 했을까?”, “Why?" , “Why not? (연락을 굳이 했어야만 했을까?)” 등 사유적 통찰은 어디서나 필요하다. 미안한 사람에게 사과를 하고픈 마음도 충분히 알겠지만 사람들은 그렇게도 하지 않아도 살아가는데 굳이 ‘나는 사과하지 않으면 넘어가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과적으로 이것 또한 유아적 사고와 자신의 똥고집은 아니었을까? 라고 반문하면서 자신에게 대답을 해 본다. 자기만족으로 그치는 것이 스스로에게 만족보다는 공허함을 남겨주는 것은 아니었는지 질문을 던져보게 된다.

- 가득이심리상담센터 심리학박사 박 경 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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