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출마가 예상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차기 대권 주자로서 입지를 다지고 있는 안희정 충남지사. 두 정치 거물의 공동의 화두는 당내 최대 조직인 친문(친 문재인)계 끌어안기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지난 7일 충남 천안축구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충남·세종 민심경청 최고위원회의에 나란히 참석한 추미애 대표와 안희정 지사 모습.민주당 홈페이지.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의 향후 정치적 입지는 당내 주축인 ‘친문(親 문재인)’지지 여부에 달렸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전언이다.

추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출마가 점쳐지고 있고, 안 지사는 3선 도지사 출마 내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출마를 저울질 하고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민주당을 대표하는 ‘거물 정치인’이란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당내 주류인 친문 세력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딜레마를 안고 있다.

서울시장 출마 노리는 秋, 여당 대표직 십분 활용 '전략'

먼저 추 대표는 최근 국민의당 제보조작 사건과 관련해 ‘머리자르기’, ‘미필적 고의’ 등 잇따른 발언으로 정치권의 파장을 일으켰다. 정치권에서는 추 대표의 이번 발언이 당 대표로서의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한 ‘계산된 발언’으로 보고 있다. 여당 대표를 지내는 동안 자신의 존재감을 발휘해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지난 2016년 4월 민주당의 총선 승리 이후 같은 해 8월 당 대표로 선출된 추 대표는 제1야당 대표로서 당을 이끌며 지난 5월 대선에서 정권 교체를 견인했다. 그래도 여전히 추 대표는 당내 주류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상황은 아니다.

앞서 추 대표는 지난 2003년 열린우리당 분당 사태 때 새천년민주당에 남았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정국 속에서는 노 대통령과 대척점에 섰다. 이후 탄핵이 부결되면서 당시 17대 총선에서 역풍을 맞고 낙선했다.

현재 친문계의 뿌리가 친노(親 노무현)에서 분화된 점을 감안할 때 친문이 바라보는 추 대표에 대한 이미지는 아직도 ‘미덥지 않은’ 존재라는 평가다.

특히 문 대통령 취임 직후 인사에서 물밑 불협화음이 불거졌고, 일부 당직자 중 추 대표가 추천한 인사들이 제대로 기용되지 않은 점도 청와대가 추 대표와 거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장미꽃을 들고 추 대표를 찾아가 당·청 화합을 강조하며 인사 문제는 봉합되는 듯 했지만, 추 대표의 발언을 두고 임 실장이 국민의당 지도부를 찾아가 ‘대리사과’하면서 추 대표와 청와대간 소통이 원활치 못한 점을 노출했다.

일각에서는 추 대표가 내년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박영선 의원을 의식해 국민의당 등 야당과 각을 세우는데 적극성을 보인 것 아니냐는 얘기도 들린다.

지난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안희정 지사의 멘토단장으로 활동했던 박 의원은 대선 기간 친문계와의 갈등으로 탈당설까지 불거진 바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친문계와의 관계가 상당부분 회복된 것으로 알려졌고,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 청문회에서도 상당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집권 여당 대표, 추경 통과 직후 '증세' 총대 멘 까닭

추 대표가 이번 증세(增稅) 추진에 총대를 메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으로 바라볼 수 있다. 이번 증세 논의는 추 대표가 운을 띄워 여론을 살핀 뒤 문 대통령이 적극 지원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이번 증세가 서민 증세가 아닌 ‘부자 증세’란 점을 강조하고 있다.

추 대표는 한발 더 나아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소득 2000억 원이 넘는 회사, 5억 원의 고소득자 세율을 올리는 방안을 제시했다”며 “초대기업, 초고소득자 스스로 명예를 지키는 ‘명예과세’라고 부르고 싶다. 명예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을 호소한다는 게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한국당은 “고소득층 증세는 이미 여러 차례 실행했고, 법인세 인상은 세계적 추세에 역행한다”며 반발했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며 신중론을 내놨다.

한국당 정용기 원내수석대변인은 지난 21일 브리핑을 통해 “지난 19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주도로 청와대가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며, 과제 이행에 필요한 178조원은 자연세수 증가를 통해 마련이 가능하다고 호언장담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근거도 없는 청와대의 허황된 주장 하루 만에 여당 대표가 증세카드를 꺼낸 것은, 정황상 당·정·청이 증세에 대해 사전에 치밀하게 역할분담을 한 것처럼 보여 ‘짜고 치는 고스톱’은 아닌가하는 의문을 들게 한다”고 했다.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이 우여곡절 끝에 국회 문턱을 넘자마자 여당 대표가 ‘증세’ 카드를 들고 나온 데는 문 대통령과 친문계의 푸싱(pushing) 내지 당·청을 향한 추 대표의 결기를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그럴싸하게 들리는 이유다.

'도지사 3선 vs 국회 입성', 차기 대권주자 안희정의 행보

안 지사 역시 현재 당내 입지는 녹록치 않다. 지난 경선 과정에서 ‘대연정’, ‘선한의지’ 발언으로 당내 최대 계파인 친문계의 맹공을 받았다. 그럼에도 안 지사는 소신을 끝까지 지켰고, 경선 결과 문 대통령에 이어 2위를 차지하며 차기 대권 주자로서의 발판을 놓았다.

때문에 차기 대망을 위해선 3선 도지사 출마보다 여의도 입성에 무게 중심이 옮겨가는 분위기다. 내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는 지방선거와 같은 날(6월 13일) 치러진다. 안 지사는 향후 정치 행보나 일정에 대해 구체적 언급을 않고 있지만, 연말을 전후로 출마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만약 안 지사가 재·보궐선거에 당선돼 국회 입성에 성공할 경우 당권 도전에 나설 공산이 크다. 지난 대선 경선 과정에서 친문계의 지지가 필수적이란 사실을 온 몸으로 절감했기 때문.

문재인 정부 '지방분권' 공약 최일선..친문의 선택 받을까

정권 교체 이후 안 지사는 문 대통령이 대선 공약이자 최우선 정책 과제로 삼고 있는 ‘지방자치와 분권국가’ 실현의 최전선에서 나선 모습이다. 안 지사는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주의 전진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 있다. 바로 지방자치”라며 “지방자치 분권, 이는 곧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 되는 일”이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또 지난 10일 충남도청에서 지역 내 15개 시장·군수가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고 지역 최고정책협의체인 ‘충남도 지방정부회의’를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구상 중인 ‘제2국무회의’를 지방정부 차원에서 처음 선보인 실천 모델로, ‘충남판 국무회의’라는 이름이 붙여질 정도다.

이처럼 안 지사의 친문 끌어안기는 성공 여부에 따라 최측근인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의 내년 지방선거 출마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차기 충남지사 출마를 놓고 친문계인 나소열 청와대 자치분권비서관의 행보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추 대표나 안 지사에게 있어 친문계의 협조는 문 대통령과의 관계를 어떻게 유지하느냐에 달렸고, 여기에 두 정치 거물의 고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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