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인(仁)을 행함에는 스승에게도 양보하지 않는다,"라고 하였다.

공자는｟시경(時經)｠의 문학적 가치와 교화 작용을 대단히 중시했다.

그리하여 평생 동안 ｟시경｠의 각종 필사본을 수집하러 다니느라 중원의 각 제후국들을 모조리 돌아다녔다. 자하(子夏)는 이름이 복상(卜商)으로 공자의 제자들 가운데 문학적 자질이 가장 뛰어났다. 그리하여 공자는 그와 함께｟시경｠을 수정하는 작업을 논의하곤 했다.

한 번은 자하가 공자에게 물었다.

＂｟시경｠에 보면 ‘곱게 웃으니 보조개가 예쁘고, 아름다운 눈에 눈동자가 반짝이니 흰 비단에 아름답게 채색한 듯하여라.’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무슨 뜻입니까?

이에 공자가 말하기를 "그림을 그리는 일은 먼저 흰 비단을 마련한 뒤에 다시 색깔을 입혀 그림을 그리는 것이니라.＂라고 하였다.

그러자 자하가 다시 물었다.

＂인과 의를 세운 연후에 예(禮)가 따라야 함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이에 공자가 크게 칭찬하며 말했다.

＂복상아, 이젠 너와 함께 ｟시경｠을 논할 만하겠구나."

자하는 중복된 악장을 삭제하거나 음악을 추가하여 정리하는 등의 원칙적인 문제에서는 공자와 견해가 일치했다.

그러나 악곡을 선정하는 데서는 상당한 이견이 있었다. 그러나 자하는 공자의 체면을 살리느라 자신의 의견을 말하지 않았다.

물론 공자는 제자들에게 ‘스승이라고 모든 대상에서 제외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특히나 ‘인(仁)’을 행함에는 스승에게 절대로 양보하지 말라.‘고 누누이 강조했다.

그러나 자하는 모든 일에서 섣불리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대신 심사숙고를 거쳐 의문이 해소되지 않는 부분에서만 공자에게 질문하곤 했다.

공자는 자하의 깊은 사고력과 심도 있는 문제점 제기에 매우 만족했지만 그럴수록 자하의 언행은 더욱 신중해졌다.

명언의 역사적 사례 : 주 양왕(襄王) 13년(기원전 639년), 송(宋)나라, 제(齊)나라, 초(楚)나라, 삼국의 제후들이 한자리에 모여 회의를 열기로 약속했다.

약속한 날이 되자 진(陳)나라, 채(蔡)나라, 허(許)나라, 조(曹)나라의 군주들도 모주 참석했다. 송 양공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여러 제후들께서 모두를 참석하셨구려. 오늘 이렇듯 한자리에 모인 이유는 제 환공이 했던 것처럼 동맹협약을 맺기 위해서요. 우리 모두 힘을 합해 주 왕실을 섬기면서 서로 간의 전쟁도 그만두고 천하를 태형하게 다스리도록 합시다. 여러 제후들의 생각은 어떻소?"

그러자 초 성왕(成王)이 말했다.

"좋은 말씀이시오. 헌데 맹주는 어떻게 결정한단 말이오?"

이에 양공이 대답했다.

"그건 간단하고. 공훈을 많이 세운 사람일수록 작위가 높으니 우리 가운데 작위가 가장 높은 사람을 맹주고 뽑도록 합시다."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초 성왕이 말했다.

"초나라는 일찍이 왕이라는 호칭을 사용했소. 송나라는 비록 공작으로 그 작위가 높으나 왕보다는 한 등급이 낮으니 맹주 자리는 당연히 내 자지오." 초 성왕이 당연하다는 듯 맹주 자리를 차지하려고 하자,

처음부터 맹주 자리를 노리고 있던 송 양공이 재빨리 반작하며 말했다.

"나의 공작 작위는 주나라 천자께서 내려주신 것으로 천하의 만백성이 인정한 지위오. 허나 그대의 왕위는 스스로 자칭하는 것에 불과한 것을 어째 맹주가 될 자격이 있단 말이오?"

화가난 초 성왕이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

"나의 왕위가 가짜라면 뭣 하러 나를 이 자리에 초대한 게요?"

송 양공이 뭐라고 반박을 하려는 찰나에 초 성왕을 보좌하던 초나라 장수가 겉옷을 벗어던졌다. 겉옷 속에 감춰진 갑옷을 드러낸 장수가 돌연 손에 쥐고 있던 깃발을 흔들자 초 성왕을 수행하던 시종들이 약속이나 한 듯 겉옷을 벗어던졌다.

그들 모두 갑옷 차림에 손에는 무기를 들고 있었다. 그들이 달려들자 혼비백산해진 제후들은 모두 도망치고 말았다. 그 가운데 송 양공은 초나라 장수에게 포로로 잡혀가고 말았다.

"인(仁)을 행함에는 스승에게도 양보하지 않는다."라는 말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자신에게 이익이 되면 어떤 일도 서슴지 않는다.’는 의미로 바뀌어졌다. 초 성왕은 강대한 국력에 힘입어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일 앞에서는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기에 맹주의 자리를 거머쥘 수 있었다. 논어 (衛靈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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