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선옥 논산문화원장이 지난 연말에 수필집 『아름다운 식탁』을 간행했다. 『아름다운 식탁』은 보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따뜻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다정한 이웃들의 이야기, 자연의 진리를 발견하는 텃밭에서의 일상, 유년 시절과 우리 지역에 대한 추억 등 소박한 듯하면서도 평범하지 않은 생각들이 담겨 있다. 저자는 오랫동안 시를 써 왔기에 문장이 짧고 깔끔하다. 화려한 미사여구를 동원하지 않고 담담하게 쓴 글은 조미료를 넣지 않은 자연식품과 같은 담백한 맛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수필에서 흔히 보이는 교훈적인 매듭을 짓지 않고 독자 스스로가 터득하게 한다.

총 5부로 구성된 이 책의 1부 ‘선물’에는 자연으로부터, 텃밭으로부터, 그리고 다른 누군가로부터 받은 선물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그가 받은 선물들 중 어느 것 하나 값지지 않은 것이 있으랴마는, 유난히 가슴이 뭉클했던 선물은 무엇이었을까?

2부 ‘땅에 뜬 별’은 사람의 향기에 관한 내용으로, 깨끗한 자리를 찾아 소박한 사람들의 가슴에 내려앉은 별에 대해 그린다.

3부 ‘그때 그 사람’은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가족에 대한 내용으로, 삶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 다정한 이웃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리고

4부 ‘생생한 풍경들’에서는 어릴 적 고향에 대한 행복한 추억과 마음속 고향 강경의 풍경을 아름답게 그려 내고 있으며, 마지막

5부 ‘아름다운 오후’에는 농촌에서의 정감 있는 그의 밝고 푸진 일상들이 담겨 있다.

권 시인은 논산 문화 발전을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1989년에는 놀뫼문학회를 창립하여 시 낭송회 등의 문학 관련 행사를 주관하였으며, 논산문인협회를 결성하여 여러 번에 걸쳐 회장을 역임하면서 논산 문학의 발전과 문학 인구의 저변 확대를 위해 힘썼다. 그의 문학적 평가는 우리 지역보다는 논산 이외의 지역에서 더 높이 평가되고 있다. 1996년에 40대인 그가 우리 고장에서는 처음으로 충청남도문화상을 수상한 것을 보아도 그렇다.

연무고등학교 교장으로 정년 퇴직한 뒤로 맑고푸른논산21추진위원회(현논산시지속발전협의회) 회장을 맡아 환경운동에 참여하였으며, 2018년에는 논산문화원장에 출마하여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당선되었다.

그는 논산시민헌장을 만드는 데에 심혈을 기울였고, 공설운동장에 박용래·김관식 시비를 세웠으며, 연무읍에 있는 김관식 시인 묘소 정비 작업을 맡아 시비를 세우기도 했다. 충남문인협회장을 맡기 전에 논산문인협회장을 하였는데, 그 임기가 끝나자 다시 두 번째로 논산문인협회장을 맡아 논산의 문학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 모든 것은 그만의 향이 있다, 사람에게도 독특한 체취가 있다. 좋은 사람에게서는 좋은 향기가 난다. 아니, 그 향기가 좋아서 그 사람을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어떤 사람을 마주하고 있으면 은은한 향기가 풍긴다. 아름다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 너그러운 마음으로 모든 것을 포용하는 사람, 소박한 꿈을 가지고 노력하는 사람, 옳지 않은 것을 피하며 좋은 것도 탐닉하지 않는 절제력을 가진 사람, 달리지 않으나 멈추지도 않는 열정을 가진 사람. 그들에게서는 진한 향기가 풍겨 사람을 끌어당긴다.사람의 향기처럼 좋은 것이 어디 있을까. 그 향기 때문에 그와 함께 있고 싶어 그 사람을 그리워한다. ―「냄새의 마력」에서

● 잘 마른 장작은 몸을 태워 높은 열기를 내뿜습니다. 불꽃이 활활 타오르며 솥에서는 김이 힘차게 뿜어 나옵니다. 연기는 나지 않습니다. 반대로 잘 마르지 않은 장작은 많은 연기를 내면서도 열기가 없습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영혼이 맑은 사람은 하는 일마다 바르고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영혼이 맑지 못한 사람은 소리만 요란할 뿐 실속이 없습니다.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젖은 장작처럼 자신을 태우기에도 힘이 벅차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람도 잘 드는 칼처럼 날이 설 때를 기다려야 합니다. 날이 서지 않은 칼을 쓰려면 무리하게 힘을 주어야 해서 손을 베기가 십상입니다. 날카롭게 날이 설 때까지 꾹 참고 숫돌에 칼을 갈아야 합니다.이제 내 나이 칠십을 몇 해 앞에 두고 있지만 아직도 나는, 무엇이든 닿기만 하면 쑥쑥 자르는 날이 선 칼처럼 살고 싶습니다. 단단하게 굳은 시래기를 흐물흐물 무르게 하는 뜨거운 불꽃으로 살고 싶습니다. ―「시래기를 삶으며」에서

● 결혼식 주례를 수락하고 나면, 나 역시 정성을 다한다. 정성을 다하여, 새로운 인생을 출발하는 신혼부부에게 당부하는 주례사를 작성한다. (중략)
결혼식 날이 되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 먼저 몸을 깨끗이 씻는다. 당연히 속옷은 깨끗한 것으로 갈아입는다. 겉옷은 그 계절의 옷 가운데 새 것, 보기 좋은 것으로 골라 입는다. 양복을 몇 번 입지 않아서 아직 세탁할 때가 되지 않았더라도 반드시 새로 세탁하여 입는다.
그리고 마음을 가다듬고 좋은 생각만 하려고 노력한다. 축복의 말을 할 입도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 나쁜 말은 하지 않는다. 집에서 누가 눈에 거슬리는 일을 하더라도 나무라지 않는다. 급한 일이 아니면 가급적 전화도 하지 않는다. 내가 좋은 마음으로, 깨끗한 몸으로 복을 빌어 주기 위해서이다.

이렇게 겉과 속을 바르고 깨끗한 상태로 유지하려고 내 나름 정성을 다하였다. 그런데 얼마를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니 구두는 신던 것을 그냥 신고 있었다. 그 구두를 신고 가지 않아도 좋을 곳을 가고, 심지어 가지 말아야 할 곳을 가기도 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 지저분한 구두를 신고 깨끗하여야 할 자리에 선다는 것이 적절하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새로 구두를 사서 주례를 하러 갈 때만 신고 다녔다.

그렇게 정성을 다한다고 했으나, 뒤에 생각하니 허리띠는 평소에 쓰던 것을 그냥 매고 다녔다. 왜 그 생각을 하지 못했는가. 깊이 생각할 것도 없이 나의 정성이 부족한 때문이었다.
이렇게 하다 보니, 주례를 하는 것이 힘이 들었다. 또 결혼식에 참석하면 결혼 축하 아는 사람을 만나 정을 나누는 기쁨도 있는데 그러지 못하는 것이 아쉬웠다.

그래서 나는 주례를 가급적 맡지 않기로 했다. 퇴직을 하면서, 그동안 내가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으니 법에 어긋나는 일이 아니라면 누구의 어떠한 부탁도 다 들어 주겠노라 말했다. 그러나 주례는 사양하겠노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런지 요사이는 주례 요청이 뜸해졌다. 말은 그렇게 했어도 좀 서운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한때는 결혼 성수기인 봄철이면 주일마다 주례를 하기도 했다. 또 누구를 주례하고, 뒤에 그 사촌을 주례하기도 했다. 힘이 들기는 했으나 그때가 참으로 좋은 시절이었다. 이제는 다시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 없는 한여름 대낮이었다. ―「영광과 고통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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