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득이심리상담센터 박 경 은 철학박사(심리학 전공)

나에겐 동갑내기 친구가 유일하게 한 명 있다. 핸드폰 번호가 세 차례 바뀌면서 연락처를 분실했던 친구도 있었다. 그러고 보면 항상 외향적이고 활동적일 것만 같았던 나도 지금에 와서는 소심하고 내향성이 짙은 사람이란 것을 인정해야 하는 데 어느 날은 받아들이는 것이 왜 이리 낯설고 힘이 드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친구가 없다. 라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는, 친구에 대한 열등이 있었나싶다. ‘친구’라는 단어를 참 좋아했고, 나름의 친구라면 뭐든 함께 할 수 있다는 무언의 비합리적인 신념을 가지고 살아왔지만, 그런 신념이 자신을 무척이나 괴롭게 했고, 결국 그 신념이 깨지면서 공허함을 경험했고, 지금은 의미를 두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 친구! 뭐가 중요하다고 열정을 다했을까? 지금은 아니지만, 그 때는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친구가 너무나 중요했으니까 부정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실제 나이와 상관없이 정서와 의식(意識)의 흐름이 통하는 사람을 통틀어 ‘친구’라고 말하면서 자기합리화를 하면서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의미에서의 친구라면 한 명보다는 많다.

유일한 친구를 찾아 토해내듯 요 근래의 나의 감정에 대해 나열했다. 온전하게 공감해 주는 친구, 나의 이야기를 하다가 자신의 경험담으로 넘어가지 않고 나의 감정을 충분히 읽어준다. 친구랑 이야기 할 때면 공감이란 게 이런 느낌이구나 란 것을 흠뻑 경험한다. 나에겐 이처럼 온전한 공감을 경험하게 해 주는 몇 명의 사람들이 있다. 상담현장에서 내가 경험한 이 뿌듯함을 잊지 않으려고 늘 깨어 있으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 사실이다. 우리는 서로의 삶의 가치관과 50대가 보내면서 바뀌어 가는 삶, 그리고 자녀에 대해서도 생각을 거침없이 말할 수 있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느끼는 감정들, 그리고 머리만 대면 잠드는 내가 밤새 잠을 못 잔 이유에 대해서도, 그 어떤 내용이더라도 창피하지 않았다. 친구와 나눈 여러 가지 내용 중 ‘어른들의 자존감’에 대한 이야기를 나의 내면 탐색의 관점에서 정리해 보려한다.

아이의 자존감과 어른의 자존감은 무엇이 다른 것일까? 부모가 아이를 양육할 때 자존감을 상당히 중요하게 여긴다. 양육의 전반적인 목표가 자존감이 높은 아이로 성장하기를 바란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아이의 자존감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부모는 아이에게 이런 것을 강조한다. 넌 소중한 아이란다, 넌 특별하단다, 넌 무엇이든 잘 할 수 있어, 성공에 목적을 두지 말고 성실하게 하나씩 쌓아 가면 되는 거란다, 가다가 넘어져도 괜찮아 일어나서 다시 가도 늦지 않아, 무엇인가를 하고 있다 라는 게 중요해. 등 아이의 자존감에는 경제적인 부(富)와 지위, 인맥 등을 요구하는 말은 단 한 마디도 하지 않는다. 가령, 부모가 벌어놓은 돈으로 평생 먹고 살 수 있으니까 너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돼, 라든가 부모가 인맥이 많으니까 네가 가고 싶은 학교 넣어줄 테니까 공부 굳이 힘들게 안 해도 돼. 라고 말하는 부모는 거의 없다는 말이다. 즉 돈을 축척하고 권력을 키우고 명예에 집중하도록 양육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것들이 자존감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면서 아이에게 건강한 자존감을 형성시키는데 애를 쓴다. 이를테면 여섯 가지 방법으로 나열해 보겠다. 첫째, 어떤 상황에서도 부모가 자신을 사랑하고 지지한다는 것을 느끼도록 한다. 이것은 자녀가 좌절하고 실패하고 실수를 하더라도 부모의 사랑은 변함이 없음을 강조한다. 둘째,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고 자신의 능력과 가치를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셋째, 실패(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그것이 자연스러운 과정임을 알려주고 오히려 배우고 성장하는 기회임을 알려준다. 넷째,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한 것에 대한 책임감을 갖도록 하고,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워나갈 수 있는 발판이 되도록 응원과 지지를 아끼지 않음으로써 자신감을 길러준다. 다섯째, 자신의 생각이 무조건 맞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의 다양한 생각들을 포용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키워갈 수 있도록 돕는다. 여섯째, 자신에게 일어나는 긍정 부정적인 감정에 대해서 이야기를 자유롭게 풀어낼 수 있도록, 그런 과정 중에 자신의 감정뿐만 아니라 타인의 감정을 배려하도록 한다.

그러나 어른의 자존감은 어디에 있는가? 사회적인 부(富)와 지위, 혈연, 인맥, 자녀의 성공, 사업적 성공, 고급 주택과 자가용 및 외모적 요소(명품백, 악세사리 등), 그리고 활동력(모임의 회장 및 임원, 거액의 후원) 등에 자존감이 존재한다. 아이에게 말하는 자존감과 부모 당사자들의 자존감에 차이가 있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이런 아이러니한 질문을 던져본다. 그렇게 만들어 낸 자존감을 부모는 버릴 수 없다. 행여 자신이 믿고 있던 그 자존감이 무너졌을 때는 (사업부도나 지인들이 다 떠나거나) 자신의 내면 바닥을 보는 것이 두려울 수 있다. 어쩌면 지금의 부모는 그의 부모로부터 건강한 자존감보다는 자신이 만들어 낸 자존감으로 삶을 살아냈기 때문은 아닌가한다. 맞다 틀리다가 아닌 그들이 일궈낸 삶을 존중하는 부분에서 친구와 나의 결론은 그것이 그들의 자존감이라면 백 프로는 아니지만 인정해야 한다 였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과 비교할 필요가 없다는 것과 비교를 한다면 ‘비교를 멈추는 것도 능력이다’는 말로 우리의 이야기는 끝났다. 아이가 성인이 된 상태에서 부모의 모습을 보면서 자존감에 대해 어떤 것을 경험할까 궁금증이 생기면서 ‘나의 자존감은 어디에 있는가’에 대해서는 끊임없는 탐색이 필요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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