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득이심리상담센터 박 경 은 철학박사(심리학전공)

최근 몽골선교를 다녀온 후 일주일 동안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앓이를 하면서 여러 가지 무거운 짐을 내려놓게 되었습니다. 제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전혀 의미가 없다는 것과 또한 그 어떤 것도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옳고 그름, 배려와 존중, 이해와 수용, 소속감, 공동체, 신앙(종교), 삶과 죽음 등 그 모든 것이 제로가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공(空) 그 자체였습니다. 인간이 만든 굴레 속에서 허우적대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평화를 가져왔습니다. 20대 때 서울에서 자취생활을 할 때 공인중개사에게 속아서 시공이 다 끝나지 않는 집과 월세를 계약하면서 한 달 정도 짐을 전혀 풀지 못한 채 잠만 겨우 잤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느꼈던 것은 무소유였습니다. 짐을 포장할 때는 나름의 소중한 것의 우선 순위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포장되어 있는 짐은 그 어떤 것도 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때 느꼈던 무소유를 경험했습니다.

몽골선교 후 정리된 마음을 세 가지로 적어봅니다. 첫째, 종교에 대한 무거운 마음이 내려놓았습니다. 굳이 종교를 가져야 하는 것인가? 이 말은 어떤 종교든 갖고 싶지 않아졌다는 것과 종교를 갖는다면 제 삶의 자세와 추구하는 삶의 방향성이 불교에 가깝기 때문에 불교를 선택할 것입니다. 예수님처럼 신격화 한 존재는 열 명정도 된다고 합니다. 그 신격화 한 대상에 따라 몇 가지 종교가 생겨났을 겁니다. 늘 몇 년마다 종교에 대한 딜레마가 찾아온다. 저는 얼마 전까지 성당에 다녔습니다. 왜 성당을 다니기 시작했는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성경 말씀도 교리도 잘 모릅니다. 단지 마더 데레사 수녀님처럼 평생을 봉사만 하고 살고 싶다라는 막연함이었습니다. 여기에서 또 의문이 생겼습니다. 봉사? 왜 봉사에 꽂히게 되었을까를 생각해보니,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께서 음식을 동네에 나눠주는 것을 좋아하셨고, 어머니의 심부름은 제 몫이었습니다. 이미 몸에 밴 습관은 지금까지도 무의식적으로 나눠주고 있는 저를 보곤 합니다. 그래서 수녀라는 꿈을 가지게 된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성당을 다니면서 주일을 섬기지 않으면 고해성사를 보았고, 믿음이 적은 저로써는 성경말씀을 읽는다는 게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감사함은 너무나 잘 알기에 기도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더 이상의 믿음은 성장하지 않았습니다. 둘째, 해외 선교는 다니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또 어떤 기회가 오면 갈 수는 있을 것입니다. 자진해서는 가지 않으려고 합니다. 지금-여기에서도 충분히 여러 가지 방법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을 택할 것입니다. 셋째, 마음이 불편한 상태가 지속된 채 그 어떤 것도 결정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또 깨달았습니다. 저는 우유부단한 성격이 짙은 사람입니다. 그래도 지금은 미안하더래도 아닌 것은 번벅해서라도 정리를 할 수 있는 힘이 있어서 감사합니다.

신부님께 종교에 대해서 진지하게 물어보았습니다. 신부님 말씀이 ‘자기 정서에 맞는 걸로 선택하세요’ 라고 하셨습니다. 이 말을 듣고 날아갈 듯 편했습니다. 종교에 대해 진심으로 자유로워졌으며 이제는 더 이상 종교로 고민하지 않아서 너무나 좋습니다. 우리는 타인의 욕망을 욕망합니다. 이것은 자신이 주체가 되는 삶이 아님을 증명해 주는 말이기도 합니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진정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아는 것입니다. 또한 자신의 삶을 어떻게 만들어가는지도 중요합니다. 특히 우리는 사유하는 인간이 되어야 합니다. 즉 자기반성적 삶을 살아야 합니다. 자기반성이란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여 자신과 만나는 사유과정을 말합니다. 저는 사유(事由)라는 단어를 참 좋아합니다.

사유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이 다섯 가지 방법을 제안해 봅니다. 첫째,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 시간을 고독의 시간이라고 말해도 좋습니다. 주변의 모든 소음과 만남을 차단하고 자기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불안하거나 두려운 마음이 올라온다면 그 원인이 무엇인지를 고요함 속에 머무르면서 마음의 흐름을 감각적으로 알아차리도록 해야 합니다. 이것을 다른 말로 ‘명상’이라고 합니다. 둘째, 주변 사람들의 세상의 소리를 듣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세상의 것에 마음을 빼앗기지 말아야 합니다. 즉 돈과 명예, 지위 등 탐욕과 시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것과는 멀리해야 합니다. 사람들은 보여지는 것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좋은 차, 좋은 아파트, 좋은 옷, 좋은 직장 등 좋고 나쁜 것의 기준은 누구의 기준일까요? 그 또한 상당히 편협적이고 틀에 박힌 개념으로 평가되어지는 것입니다. 셋째, 의식이 깨어있는 사람의 소리에 집중해야 합니다. 자신의 말을 줄이는 동시에 자신의 것에 집중하지 마시고 타인의 말을 경청하고 타인과의 대화 속에서 배울 점을 찾아야 합니다.

넷째, 자신과의 시간을 일정하게 빼 놓고 자신과의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산책, 독서, 영화감상, 음악감상, 뜨개질, 운동, 댄스, 악기배우기, 글쓰기 등 또는 교육이나 수련회 참석도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과정을 급하게 할 필요가 없습니다. 느긋한 마음으로 계획되어지긴 했지만 계획되지 않는 마음으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면서 쉼호흡을 하듯이 나아가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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