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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럼] 익숙해지지 않는 용기, 용기(勇氣)의 끝은?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박 경 은 철학박사(심리학전공)

일 년을 주기로 볼 때, 어느 시기가 되면 좌절 아닌 좌절감을 경험할 때가 있다. 마치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두렵고, 불안하고, 세상에 혼자 있는 것 같고, 지금까지의 삶이 무가치감을 느낄 때 스스로 느껴지는 좌절감을 한 번쯤은 잠깐이라도 경험하지 않았을까 한다. 특히 좌절감을 통해 깨달음은 또 다른 신선함(상쾌함)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최근 나는 나의 대화 패턴을 발견했다. 나는 내성적인 성향이 짙은 사람이다. 그런 반면, 편한 사람에게 보여주는 장난끼가 넘치는 발랄한 행동을 함께 지닌 사람이다. 특히 어느 장소에 가든 자기소개하는 시간에는 진땀이 난다. 1분도 채 되지 않는 시간인데도, 나를 소개한다는 것이 왜 이렇게 힘이 드는지, 늘 피하고 싶은 시간이기도 하다. 또한 책을 출간하고 저자 사인할 때도 같은 느낌이다. 저자 사인은 나에게 너무나 힘든 일이다. 특히 다른 사람들이 기다리면서 내가 쓰는 글에 시선이 초집중된다고 생각만 해도 심장이 쿵쿵거린다. 겉으로 볼 때는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 이유는 매번 엄청난 용기를 내는 것이 훈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익숙해지지 않는 용기일 뿐이다.

다른 사람 앞에서 나의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쑥스럽고, 나의 의견이나 주장을 이야기한다는 것이 어려워서 나의 대화의 패턴은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앞뒤 문장도 없이 “맞아요. 그래서 자유롭게 살아야 해요.” 라던가, “이해해요.”, “그렇죠” 등 애매-모호한 답변을 한 경우가 많았다. 누군가 구체적으로 물어볼까 봐 때론 조마조마한 적도 있었던 것 같다. 그만큼 나는 소심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된 경험을 했다.

지금까지 한 번도 나의 말투, 대화방식에 대해 깊이 탐색해보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잦은 오해가 많을 수밖에 없는 대화방식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나니, 말을 잘하고 싶어졌다. 가족 안에서의 소통도 힘든 부분이 분명 있었겠구나 싶었다. 남편과 자녀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올라왔다. 지금부터라도 자기소개라도 또박또박 제대로 하고 싶은 욕구가 올라왔다.

나에게 나는 “너는 무엇이 피하고 싶었니?”라고 물었다. 1초도 주저하지 않고, 남의 시선이 나에게로 집중되는 것을 많이 부끄럽다고 말하고 있었다. 시선이 나에게 집중되는 것을 못 견딘다. 특히 얼굴이 붉어지는 나를 힘들어했다. 노래를 좋아하면서도 그것을 이겨내 보려고 다른 사람 앞에서 노래를 불러보기도 했지만, 갑상선 시술 이후 목소리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기에 이제는 이 부분은 멈춰야겠다란 생각도 하게 되었다. 이 또한 익숙해지지 않는 용기였다. 약간의 좌절감이지만 그것으로 만족한 마음이 크다.

우리는 자신이 타인에게 보여주는 형태대로, 타인의 행동이나 말을 받아들이는 경향성이 많다. 나의 대화방식으로 예를 들면, 앞뒤의 구체적인 내용도 없이 “이해해요.”라고 했을 때, 마치 상대방의 모든 것을 공감하고 이해하는 것처럼 말하는 것과 같이 상대방의 “이해해요”라고 말을 하면 내가 모든 것을 이해하는 것처럼, 내가 그 상대방으로부터 이해받았다고 생각해버린다는 것이다. 이것은 엄청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도 늦게 알게 되었다. 나의 말을 더 구체적으로 표현할 필요성이 자각했다.

나의 어린 시절을 생각해보면, 말을 조잘조잘 잘하는 아이가 아니었다. 설령,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해도 들어주는 대상이 없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인생의 절반을 살다보니 대상과의 관계가 내 삶의 전반에 걸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깨닫게 된다. 각 개인의 삶이 자신이 경험한 것으로부터 배우고, 그러한 경험을 재현하고, 그러한 경험으로부터 새로운 관점을 창조해 낼 수 있는 마음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도 내가 깨닫기 전에는 몰랐었다.

우리는 아는 만큼 보이는 것처럼, 자신이 깨달은 만큼 성장하는 것 같다. 자신이 경험이 결국 앎이 되고, 그 앎을 통해 사고하고, 견딜 수 있게 되고, 또 깨달음을 얻으면서 좀 더 진화하는 인간이 되어가는 것 같다. 그래서 매사에 감사할 수밖에 없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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