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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럼] 부부 사이의 관계 통장

김항규 목원대학교 명예교수 심리상담사

금융기관에서 발행하는 통장을 보면 ‘맡긴 돈’을 기록하는 입금란과, ‘찾아간 돈’을 기록하는 출금란이 있다. 가족 상담의 대가 보스즈르메니 나지(Ivan Boszormenyi-Nagy)는 결혼한 부부간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관계 통장’이 존재한다고 보았다.

남편과 아내 둘 사이에 삶의 과정에서 직면하는 여러 형태의 때와 장소 그리고 상황에서 어떤 말이나 행동을 주고받느냐에 따라 그 내용이 관계 통장의 입금란에 기록되어 잔고를 늘리기도 하는가 하면, 출금란에 기록되어 잔고를 바닥내기도 한다는 것이다.

부부 사이의 관계 통장에서 입금란에 기록될 수 있는 말이나 행동에는 상대방에 대한 조그마한 배려에서부터 깊은 사랑이 담긴 말이나 행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내용이 될 수 있다. 한편, 출금란에 해당하는 내용으로는 상대방을 향한 사소한 화풀이나 잔소리, 경멸이나 비난, 비판 등 부정적인 말이나 행동이 있다. 입금이 쌓일수록 관계 통장 속 잔고는 넉넉해지고, 출금이 잦아지면 관계 통장 속 잔고가 줄어들다가 최악의 경우 마이너스로 치닫기까지 한다.

남편이 아내 모르게 오랫동안 용돈을 모아 아내의 생일에 아름다운 목걸이를 선물해주었다. 이에 아내는 남편을 향해 “여보, 고마워”라는 말을 되풀이하며, 남편을 위해 맛있는 저녁 식사를 준비해주었다. 이 경우 남편과 아내 서로의 통장에는 입금이 넘쳐나고 잔고가 늘어난다. 그러나 아내가 남편의 호의에 “겨우 이 정도 선물밖에 안 줘?‘라며 불평 섞인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면 이는 아내의 통장에 출금으로 기록되고, 이런 반응을 접한 남편은 아내의 반응에 섭섭하고 화가나 ”너는 나한테 해준 게 이 정도도 없잖아“라며 반응했다면 남편 통장에도 출금란에 기록되어 부부 모두의 통장 잔고가 동시에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하고 만다.

부부관계에서 행복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원리는 내가 먼저 상대방으로부터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상대방을 대접하는 것이다. 내가 상대로부터 존중받고 싶으면 내가 먼저 상대방을 진심으로 존중해 주는 말과 행동을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이 원리를 부부관계를 비롯하여 모든 대인관계에서 지켜야 할 황금처럼 고귀한 윤리적 지침이라 해서 ‘황금률(golden rule)’이라 부른다.

부부 사이에 이 황금률이 지켜지면 부부 사이의 관계를 선순환 상태로 이끌어 부부 통장 모두의 잔고가 늘어나 사랑스러운 닭살 커플이 될 것이다. 반면에 서로 비판하면 부부 사이를 악순환으로 이끌어 통장에 출금이 늘어나 두 사람 모두 통장 잔고가 줄어들어 마이너스로까지 이르게 되어 ‘원수 사이’로 변하기도 한다. “비판을 받지 아니하려거든 비판하지 말라. 너희가 비판하는 그 비판으로 너희가 비판을 받을 것이요 너희가 헤아리는 그 해아림으로 너희가 헤아림을 받을 것이다”라는 것이 성경의 가르침이다.

관계 통장에 잔고를 많이 쌓은 부부는 어떤 위기가 오더라도 견딜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지금 당신 부부의 관계 통장에 남은 잔고 상태는 어떠한가요? 왜 잔고가 그 정도라고 생각하시나요? 부부가 만나 진지하게 관계 통장의 잔고를 늘릴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해 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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