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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부고(訃告) 소식을 알리는 것의 의미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박 경 은 철학박사(심리학전공)

2023년 1월 17일 친정아버지의 임종 소식을 요양병원으로부터 받았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역시 이별의 소식은 심리적으로 쉽지 않았다. 부고를 알리는 것은 아버지의 삶의 존재를 알리는 것이라니 그런 의미에게 전달하니 부담을 느끼지 말라고 하여 지인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그것이 아버지에 대한 예의라고 했다.

아버지의 부고소식을 어느 선까지 알려야 하나 생각하다가 발인일정을 마쳤다. 초우를 지내고 하루정도 쉼을 갖고 핸드폰의 연락처를 종이에 옮기다보니 알리지 못한 분들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어쩌면 현재 연락하고 있는 사람들을 기준으로 문자를 했었다. 핸드폰의 저장되어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무심하게 살아온 나의 흔적도 볼 수 있었다.

​내가 지인들의 연락처를 옮겨 적는 것은 혹시 내가 무슨 일이 생기면 남아있는 가족들이 당황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도 있다. 이번처럼 준비 없는 상태에서는 생각나는 사람이 한정적이었다. 생각이 나질 않는다. 자신의 기준에서의 존재가치에 대한 그 이름값이 매겨지는 것 일뿐, 어쩌면 연락을 한다는 그것 또한 허무한 일일 수 있다.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사람들의 명단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연락을 하지 않는 사람들까지 부고소식을 전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관계는 ‘흐름’임을 부인할 수 없다는 것을 다시 깨닫는 순간이었다. 편하게 연락했던 사람도 낯설게 느껴지기도 하고,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까지 내 식대로 생각하다보니 복잡한 심정 때문에 감정에 치우칠 수밖에 없었다.

가끔 자녀에게 잔소리하는 부분이 친구들 연락처를 남겨주지 않는 것에 대해서 불평을 토로하곤 했다. 자녀는 ‘왜 알려줘야 되냐?’ 고 반문한다. 그래서 부모는 네가 갑자기 연락이 안 될 때 불안하기 때문이라고 말해주었다.

어느 날, 자녀에게 좋지 않는 일이 생길 때 자녀의 친구들 이름 하나를 모르고 있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 몰려올 때가 있다. 자녀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라고 단정짓기에는 너무 가슴이 아파서 인정하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그래서 나는 나의 지인들의 연락처를 메모해 두기 위해서 옮겨놓는 작업을 하고 있다. 나중에 가족이 나에 대해서 좌절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기도 하다.

​부의금에 대한 의미에 생각했다. 부의금은 그 사람이 그동안 살아온 것에 대한 존경의 의미와 죽음으로 가는 길에 꽃길만 갈 수 있도록 노잣대를 드리는 차원인 듯하다. 그것이 곧 장례비용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부의금의 액수가 중요하지는 않다. 부의금을 받지 않아도 된다. 함께 기도해주는 마음만으로도 사실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부자가 아닌 이상 장례를 치르고 난 다음의 장례식장 비용을 감당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품앗이구나’ 생각했다.

그동안 나는 어떠했는가를 반성해 본다. 보통 친한 정도에 따라 부의금의 차이를 보였다. 이번 아버지의 부고를 경험하면서 부의금이든, 부조금이든 친한 정도와 상관없이 금액을 정해놓고 그 금액을 하기로 결정하는 계기도 되었다. 가수 박상민은 부조금이든, 부의금이든 무조건 통일해서 낸다란 말을 오래전에 들었다. 가수 박상민은 ‘앞서 가는 사람임이 틀림없구나’ 생각했다.

​죽음을 맞이하는 배우자와 가족과 친척은 고인(故人) 살아왔던 삶의 흔적들의 회상한다. 조카들은 “할아버지가 나한테 ~ 이렇게 해줬어요.” 라고 말하면서 눈물을 적신다. 그리고 각자의 경험들을 이야기 나눈다. 참 다양한 모습이지만 공통점이 있었다. 아버지는 참 따뜻하고 사랑이 많은 분이셨구나를 또 다시 알게 되었다. 자신을 희생하며 자녀들에게 손자·손녀들에게, 특히 어머니에게 기꺼이 내어주는 삶을 사셨구나라고 생각하니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성당에 가서 삼우제 미사예물봉헌을 드렸다. 생각하면서 성당에 갔던 것이 아니라서 넉넉한 돈을 봉헌하지 못했다.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이 기억의 잔상이 되어 떠오른다. 아버지는 마지막까지 좋은 것을 주셨구나. 위급하다고 갔지만 그 때만큼은 최고로 좋았다고 병원에서 말씀하셨다. 가족들이 볼 때도 혈색이 좋았고, 눈도 전혀 뜨지도 못했는데 그 날 따라 눈 마주침도 가능했다. 조금 안심이 되어 각자 집으로 돌아왔는데, 임종하셨다는 연락을 받고 다시 친정으로 갔다. 아버지는 마지막까지 좋은 것을 주고 가셨구나. 이것이 사랑이고 축복이구나. 싶었다.

포도주를 생각했다. 포도주는 숙성 기간이 길수록 그 맛을 더 깊이 음미할 수 있고 가격도 더 비싸다. 사람을 떠나보내는 것도 이것과 같은 것 같다. 처음보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고인(故人)의 존재와 그리움이 깊어간다는 것과 값으로 측정할 수 없는 사랑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부모의 사랑이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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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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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정연 2023-01-22 19:59:00

    아버지 돌아가신지 7년이 지나가고 있다
    엄마 돌아가실때는 느끼지 못했던 서글픔, 이제 고아가 되는구나 명절에도 어버이날에도 응석 부리며 전화 할곳이 없다. 아버지 돌아가시기 몇주전 정신 온전하실때 진심으로 "아버지 고맙습니다 우리 형제, 다른 사람 아닌 아버지 자식으로 태어나서 이렇게 키워주시고 사랑주신거 정말 고맙습니다 "라고 했더니 아무말 없이 쳐다보시고 아버지도 "고맙구나 "하는 눈길을 잊을수 없다 죽음이 얼마남지 않음을 본인도 알고 가족도 알때 서로 진심의 이별을 이야기 하는것도 좋을것 같았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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