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득이심리상담센터 박 경 은 철학박사(심리학전공)

좋지 않는 어떠한 일이 발생했을 때 습관처럼 “왜 그랬을까?” 라는 질문을 먼저 던진다. 예를 들어, 절친이었는데 돈을 빌려주고 갚는 과정에서 한 사람이 홧김에 칼로 찔러서 한 사람이 죽었는데, 안타까운 마음에 “왜 그랬을까?”라고 한다. 자신의 질투로 친구의 물건을 훔쳐가거나 파손시키는 경우도 있다. “왜 그랬을까?”라고 의문을 갖는다. 또한 원한(怨恨)관계를 따져 묻기도 한다. 어떤 경우에는 선심(善心)을 베푸는 것처럼 말하면서 결국은 그 사람을 이용한 것임을 나중에 알게 되어 말했는데 사과도 없이 마치 자신이 더 억울하다는 말을 남기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나를 왜 이용해놓고 저렇게 말할 수 있을까?”라고 억울함과 분함을 삭히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왜?”라는 질문이 습관처럼 되어버린 것에 대해 자문해 본다. 우리는 항상 자기반성, 후회라는 감정을 가지고 살아간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행여 피해를 주었다면 다음에는 그러지 않으려고 애를 쓰기도 한다. 사람의 기질과 성격에 따라 다르겠지만 전혀 다른 사람의 감정에 마음을 쓰지 않는 사람도 의외로 많다. 어떤 것을 선택하든 자신이 편한 쪽을 선택하기에 이 또한 자기중심성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왜?”라는 질문 속에는 원인을 파악하고, 잘잘못을 따져서 다음에는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서다. 또한 그 질문 속에서 ‘자신에 대한 이해 바라기’, ‘타인에 대한 이해’ 즉 배려하고 싶은 마음도 내재되어 있음을 말한다. 그러나 “왜?”라는 질문이 허용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선심이 아닌데 선심처럼 말하면서 사람을 이용하는 사람, 자신의 질투를 스스로 조절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삶을 파괴하려는 마음을 가진 사람, 자신의 이기심을 감추고 약한 사람처럼 표현하면서 다른 사람으로부터 측은함을 불러 일으켜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는 사람, 자신이 잘못이 확연하게 들어났는데도 불구하고 사과는커녕 오히려 역공격을 하는 사람(고양이에 쫓긴 쥐가 더 이상 도망갈 곳이 없어서 고양이의 꼬리를 물어버린 경우) 등 이런 부류의 사람들에게는 “그 사람이 왜 그랬을까?”라는 질문이 허용되지 않는다. 그들이 못된 것이다. 자신이 다치지 않으려고 사용하는 못된 마음이다. 그것은 그들의 정신과 깊숙한 마음이 아픈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못되고 아프다는 것을 모른다는 것이 더 아프다. 어쩌면 드러내고 싶지 않는 자신도 인정하고 싶지 않는 아픔이 있을지도 모른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은 현실에서 훨씬 잘 살아가고 있다. 이럴 때 삶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세상에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저마다의 결핍과 상처, 아픔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러한 상태로 대인관계를 형성하게 되고, 각자의 기질과 성향, 삶의 양식에 따라 대하는 방식의 차이가 있다. 베풀기를 좋아한다고 해서 베푸는 것으로 끝나는 사람이 있고, 받지 못하면 억울해 하는 사람이 있고, 인정을 받기 위해서 베푸는 사람도 있다. 그만큼 관계적인 형태도 각자의 취향으로 살아간다. 그것이 어떤 이유든 베풀기를 좋아한다고 해서 ‘함부로 대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또한 이용을 뛰어넘은 악용해서는 안 된다.

자신 외에 다른 사람을 인격체로 대하지 않고 자신에게 필요한 이용대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자기주장이 강하다.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심장과는 전혀 다르다. 그것을 단단함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자신의 이득만을 추구하기 위해 앞뒤 가리지 않고 덤벼드는 그런 의미에서 주장이 강한 사람이다. 그런 사람에 비해 이용 대상이 되는 사람들은 참으로 약한 존재이다. ‘쎈 사람’을 이겨낼 용기도, 언변술도, 처세술도 없다. ‘있는 그대로의 마음’을 읽어주면 된다. 읽어주기 싫으면 읽지 않아도 된다. 부담스러우면 경계를 잘 그으면 된다. 베푸는 것을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에 비해 그러한 것들이 더 어렵다고 말할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이용을 당하게 만든 그들에게도 각자의 해결해야 할 문제점은 분명하게 있다.

베풀면서 상처를 입는 경우가 의도치 않게 발생힌다. 실상 베풀어서 상처를 받는 것이 아니라 이용을 당하는 경우가 종종 일어난다. 오히려 이용한 그들은 너무나 당당히다. 여기서 ‘그들은 왜 그랬을까’라는 질문은 허용되지 않는다. 모든 이유를 막론하고 그들은 너무 아픈 사람이다. 다만 그들 자신만이 아픈 것을 모를 뿐이다. 즉 때린 놈보다 맞은 사람이 더 기억을 하고, 상처를 주는 사람보다 상처를 받은 사람의 기억이 오래가는 것과 같다. 상처가 된 것도 아픈데, 기억에 오래 남아 있는 것은 더욱 억울한 일이다. 이처럼 우리 삶에는 역설적인 상황들이 참으로 많다. 중요한 사실은 각자의 상처는 자신의 것으로써 자신이 스스로 치유하는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 누구의 탓도 해서는 안 된다.

충청베스트뉴스  webmaster@ccbnews.kr

<저작권자 © 충청베스트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