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서도 축제 분위기 속에 마지막 촛불 집회가 열렸다. 그동안 슬픔과 분노로 촛불집회에 모였던 대전 시민들은 이날 기대와 희망으로 마지막 촛불을 밝혔다.

집회가 한창이던 오후에도 대전의 기온은 영상을 기록하며 완연한 봄기운을 느끼게 했다.

이날 집회에 참가한 김지민(34·대전시 둔산동)씨는 “추운 겨울이 가고 봄이 찾아왔다. 이제 대한민국에도 봄이 왔다”며 현장 분위기를 즐겼다.

11일 오후 5시부터 대전 타임월드 앞에서 열린 촛불집회에는 시민 1500여 명(주최 측 추산)이 모여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을 축하하며, 촛불과 함께 장미꽃을 들었다.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파면 선고를 지지한다는 뜻의 장미꽃이다.

그동안 ‘박근혜 탄핵’, ‘박근혜 퇴진’등 문구만 가득했던 손 팻말도 이날은 '국민주권 승리‘, ’박근혜 구속수사‘라는 문구로 바뀌었다.

가족과 함께 집회에 참가한 오지은(대전시 둔산동)씨는 “국민의 힘을 보여준 역사의 날에 가족과 함께 하고 싶었다”며 “이제는 박근혜의 죄를 철저히 조사해 반드시 죗값을 치르게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다른 참가자 김영진(대전시 갈마동)씨는 “박 전 대통령의 파면은 그동안 시민들이 보여준 촛불의 힘이었다”며 “앞으로는 국민이 주인인 나라, 국민이 잘 사는 대한민국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박근혜 퇴진 대전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는 이날 “박근혜를 몰아낸 촛불혁명은 계속되어야 한다”며 시민들에게 호소했다.

천주교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 김용태 위원장(신부)은 시국발언을 통해 “우리의 촛불혁명은 하나의 퍼포먼스로 끝나서는 안된다”며 “촛불을 일상화해 저들이 국민을 두려워하고 눈치 보게 만들자”고 외쳤다.

이어 “촛불을 볼 때마다 잘못하다가는 국민들에게 혼날 수 있다는 사실을 항상 떠올리게 해야 한다”며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우리 모두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촛불을 밝혀야 한다”고 호소했다.

"국민의 힘으로 민주주의가 이긴다는 것을 보여줬다. 오늘 이 현장을 아이에게 꼭 보여주고 싶었다."

촛불시위 현장에서 만난 이현숙(42. 서구 가장동)씨의 이야기다. 이 씨는 초등학생과 중학생 자녀 둘을 데리고 촛불집회에 왔다.

이날 촛불집회에 이씨처럼 어린 자녀를 데리고 나온 40대 부모들이 부지기수였다. 이들 대부분은 "촛불집회는 민주주의 산 교육현장"이라고 말했다. 촛불은 이렇게 부모가 자녀에게 남기는 중요한 시대적 유산이 됐다.

10일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파면함에 따라 이날 촛불집회를 마지막으로 주말 집회가 종료됐다.

지난해 11월 1일 첫 집회 이후 131일 만이며, 그동안 61회의 촛불집회에 30여만 명(주최 측 추산)의 대전 시민들이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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