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득이심리상담센터 박 경 은 철학박사(심리학전공)

상처 없는 사람은 없다. 상처가 없다면 상처가 없다고 믿고 싶을 뿐이다. 우리가 상처받는 대상은 다양하다. 부모, 가족, 친구, 지인, 동료 등은 물론 사회문화적 요소도 포함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잊지 못하는 상처로 자기가 자신을 더 힘들게 한다는 사실이다. 어렸을 때 부모의 보호를 받지 못한 결핍으로 부모와 같은 삶을 살지 않겠다고 수없이 다짐했던 것들이 결국 자신을 과거에 머물게 했다. ‘과거’라는 장소에 발목이 잡히다보니 다른 사람들이 조금만 감정을 상하게 하면 욱하게 된다. 자신이 만들어놓은 구덩이에 자신이 빠지게 된 셈이다.

청소년 시기에 가출했던 50대 중년의 이야기다. “부모님이 매일 같이 싸우는 게 싫어서 고등학교 때 집을 나왔습니다. 유흥업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겨우 버텼어요. 스물한 살 때 술집에서 남자를 만났어요. 사랑한다는 말에 속아서 결혼까지 했지요 그런데 일 년도 채 되지 않아서 남편이 외도를 했고 모아놓은 돈 2천만 원을 몽땅 가지고 나가버렸어요. 지금은 네 번째 만난 남자와 함께 살고 있어요. 경제적으로 여유롭지는 않지만 마음은 참 편합니다. 이렇게 50대가 되어보니 엄마를 왜 그렇게 싫어했나 싶어 괴롭기만 합니다. 그때 엄마는 왜 도망가지 않았을까요? ‘엄마처럼, 아빠처럼 살진 않을 거야’라는 다짐을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습니다.”

상처받은 아이는 스스로 성장하지 못한다. 아무도 부모를 선택할 수는 없다. 부모 또한 자녀를 선택할 수 없는 것과 같다. 상처도 내가 선택해서 받은 것이 있다면 선택하지 않았음에도 날아오는 상처를 피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자신을 후벼 파지 말아야 한다. 늘 자신을 성찰할 때는 ‘나로부터’ 시작되는 문제를 찾아보는 것이 맞다. 그러나 모든 것이 ‘나로부터 시작됨’을 인정하는 것은 억지스러운 일일 수 있다. 자신이 소화가능한 부분만 인정하면서 성찰하면 된다.

세상에 쉽게 태어난 사람은 없다. 엄마 배 속에서 10개월을 살다가 세상에 나오면서 새로운 세상을 맞이하는 설렘과 기대감이 아닌 불안과 두려움으로 삶을 시작해야 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맞이한 세상이 마냥 따뜻하거나 친절하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엄마 배 속의 체온 36.5도에서 살았던 아이가 배 속에서 탈출하자마자 맞이하는 세상의 온도는 26.5도다. 그것도 수술실에서는 그렇다. 만약 추운 겨울에 아주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다면 어떠했을까? 혹은 더운 여름에 태어났다면 어떠했을까? 아이가 맞이하는 세상은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옆에서 축하해주는 ‘엄마’라는 사람, ‘아빠’라는 사람 그리고 함께 기뻐해주는 사람들 덕분에 세상에 태어나는 것이 축복이라고 착각할 수 있다. 그것이 착각일지라도 우리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것은 틀림없다.

고등학교 때 집을 나와서 열심히 살아보려고 한 그 마음을 봐야 한다. 힘든 상황이지만 ‘엄마처럼, 아빠처럼 살지는 않을 거야’라는 자신만의 의지가 삶을 살아내게 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자신이 지닌 장점은 자신만의 것이다. 우리는 자기 아픔 때문에 자신에게 있는 귀한 보석을 보지 못할 때가 많다. 삶에 열정이 있었고 부모처럼 살지 않으리라는 다짐으로 꿋꿋하게 잘 살았음을 증명해주는 것은 현재 내 모습에서 뒤를 돌아볼 여유로움이 있다는 것이다. 자신에게 장점이 많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도 능력이다. 그 능력을 키워서 지금부터는 자기 결핍을 독이라고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그 결핍 때문에 원망하고 외롭고 공허함도 컸겠지만 그 결핍으로 단단해진 부분도 분명 있다.

지금부터는 ‘~처럼 되지 않을 거야’라는 생각은 강물에 흘려보내자. 이것은 선택 문제이지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 그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면 ‘지금 나는 참 잘하고 있어’, ‘나는 점점 나아지고 있어’라는 말로 바꿔보면 훨씬 도움이 된다. 누구에게나 가슴에 피우지 못한 아름다운 마음이 있다. 그 아름다움을 꽃피워보자. 처음에는 어색하고 쑥스럽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하나하나 하다보면 지금보다 훨씬 건강한 자신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것 또한 자신에게는 귀한 자원이다.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서 세상을 배운다. 놀이는 외부에서 어떤 저항이 올 때 극복할 수 있는 능력과 의사소통의 매체가 된다. 소꿉놀이, 인형놀이, 역할놀이 등 다양한 놀이 활동을 통해 아이를 이해하고 그 아이의 정서, 인지, 행동적인 요소를 볼 수 있다. 그 속에서 기본적으로 인성 속에 포함되어 있는 도덕성을 점검하게 된다. 놀이와 창조적 사고를 통해 문제해결능력을 발달시킨다. 역할놀이를 하며 공감능력을 증진한다. 또 관계를 향상시킴으로써 다른 사람들과 친밀해지는 능력도 발달한다.

아이들의 정서는 도덕적 사고와 행동의 동기가 되며 인지는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생각하고 결정하는 기준이 된다. 삶의 불균형은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유전적 질환이나 부모의 정서를 그대로 흡수하는 데서 온다. 스스로 인지해 옳고 그름을 구분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누구나 결핍을 안고 성장한다. 사람에 따라 부모가 없거나 부모 사랑이 부족해 자아존중감을 발달시키지 않았을 경우 또는 자기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는 좌절의 결과로 공격성이 드러난다. 또 강압적인 가정환경에서도 다른 사람들에게 소리치거나 위협하는 것을 학습하게 된다.

요즘에는 미디어를 통한 공격적 행동을 관찰하면서 학습되는 경우가 늘어나는 추세다. 텔레비전 등 대중매체의 폭력적 행동이 아이들의 공격성에 많은 영향을 준다는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것들을 보완하기 위해 아이들에게 공격적인 장난감보다는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서적 안정감은 어른이 되어서도 사물이나 사람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긍정적 요소를 심어주고, 불가피할 경우 어떤 불운이 와도 그 가운데 좋은 기회를 발견하는 힘을 길러준다. 가정에서 공감적 배려를 보이는 것은 아이의 공격적 행동을 최소화하도록 해준다. 또 현재 느끼는 정서를 함께 느끼고 경험할 수 있는 공감훈련에도 상당히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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