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득이심리상담센터 박 경 은 철학박사(심리학전공)

관계가 뭘까?? 수없이 질문도 해보고 질문을 받아본다. 아무런 사건도, 아무렇지도 않는 일로 어떤 사람은 편하고 어떤 사람은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은 무엇의 차이일까? 아무렇지도 않다는 것은 말을 하는 화자의 입장인 것은 아닐까? 또 다른 차원이 있다. 사람마다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차이도 있다. 예를 들면, 추워서 뛰어가는 사람의 모습을 보면서 어떤 사람은 ‘나랑 함께 하는 게 싫어서 그런가?’ 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전혀 의식하지 않는 사람과의 감정의 차이가 다른 것과 같다. 의도하지 않는 행동에서 의미를 생각하는 상대방은 어떤 마음일까? 역지사지(易地思之)라고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보자. 전혀 이해할 수도 없고, 전혀 이해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

사람마다 상대방에 대한 마음의 크기가 다르다. 그것은 상대방에 대한 사랑, 배려, 관심의 정도가 건강하게 잘 들어나고 있는지, 집착과 비슷하게 부정의 마음인 것인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다른 입장에서의 마음을 비교해보자. 병원에서 진단을 받고, 병이 재발하는 과정에 불안과 두려움에 환자는 의사선생님의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더 듣고 싶은데, 의사선생님은 밀린 환자들도 많고, 말 한마디라도 더 할까봐 간호사는 말을 막아버리고, 그런 상황에서 환자의 마음은 어떠할까? 이것은 말하지 않아도 많은 사람들이 경험했을 것이다. 확연하게 구별되는 입장차이다. 이처럼 분명한 것은 이해하기 쉽지만, 사랑과 관심의 마음은 객관적이기 보다는 상당히 주관적이기 때문에 잘못이라고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대부분 자신에게 화살을 꽂는 경우가 있다. ‘나란 사람이 이것밖에 안 되는구나’, ‘내가 바보, 멍청이지’ 라고 자기비난을 하게 된다.

관계가 자신을 아프게 하면서까지 얼마만큼 중요한 것일까? 스스로 무너지지 않을 만큼 관계을 하기 위해서 우선 자존감과 맷집이 강해야 한다. 맷집이란 말이 참 생소하다. 그만큼 자신 안에서의 단단함을 말한다. 맞고 또 맞아도 맷집이 강하면 아무렇지 않게 된다. 살짝만 부딪혀도 쓰러진다면 폭풍우가 몰려올 때는 어떤 힘을 살아남을 것인가? 살아내는 것조차도 힘겹지 않겠는가.

자신이 기분이 좋지 않을 때나 우울해질 때 ‘내가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었나?’ 생각을 해보게 한다. 다른 사람의 요구를 채워주기 위해서 또는 자신의 요구를 충족하고 싶은 그 무언가에 대해 점검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다. 이것은 자신이 살아온 삶의 양식, 부모의 영향, 어떤 교육을 받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분명한 것은 자신을 점검하는 것을 반복하다보면 어느 시점에서 스스로 기분을 좋게 할 수 있게 된다.

어느 날 교수님으로부터 책 한 권을 소개 받았다. 생각의 쉼을 위한 감각 훈련법의 『내 마음에 다리놓기』에서 ‘생각은 삶이 아니다. 생각을 멈추고, 감각으로 사유하라’ 가장 눈에 들어오는 문구였다. 감정적 반응은 다른 사람의 행동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관계를 구성하는 요인 중의 하나는 자신에 대한 기대이다. ‘행복해야 해’. ‘인정이 많아야 해’, ‘멋진 사람이 될 거야’, ‘성실해야 해’, ‘친절해야 해’ 등 자기만의 삶의 지도를 만들어 살아간다.

교류심리학자 에릭 번(Eric Berne)은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쓴 각본대로 살아가려 한다고 말했다. 그것을 ‘인생각본’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삶에 대해 계속적으로 유지되는 확고한 어떤 결정을 가지고 있으려는 것으로 6세 이전에 부모를 포함한 의미 있는 주위사람들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게 된다. 각본에는 금지령(injunction), 허용(permission)과 같은 부모의 양육태도에 따라 어린 시절에 자신에 대한 어떤 결단 즉 초기결단(early decision)을 내리게 되는데 이런 것들이 어떤 생활 자세를 가지도록 하는데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 말라’,‘~중요하지 않다’.‘~가까이에 하지 말라’ 등의 금지형의 언어들이 ‘위험하니 가지마라’, ‘너는 아직 어리니까 가만히 있어라’, ‘너는 그것을 할 수 없어’, ‘결코 성공할 수 없어’ 등으로 자신의 욕구와 행동에 제한을 두게 된다. 그러한 것들이 단단하게 굳어지면서 자신 안에서 ‘행복해야 해’. ‘인정이 많아야 해’, ‘멋진 사람이 될 거야’, ‘성실해야 해’, ‘친절해야 해’ 라는 또 다른 구조의 틀을 만들어 놓게 된다. 그것을 ‘비합리적 신념’이라 한다.

인지행동치료의 창시자 엘리스는 사람들이 정서적 문제를 겪는 이유는 그 사람이 겪는 사건들 때문이 아니라 그 사건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라고 하여 ‘ABC이론’을 발표했다. 즉 어떤 사건을 자신이 이미 가지고 있는 기존의 생각들에 비추어 비합리적으로 해석하기 때문에 그 결과로 정서적 문제를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서두에 말했던 것을 토대로 설명하면, 추워서 뛰어간 것은 선행사건(A)이라 말할 수 있고, ‘나랑 같이 함께 하는 게 싫어서 그런가?’는 자신의 비합리적인 신념(B)이라고 말할 수 있다. 비합리적인 신념으로 기분이 상해서 싸우게 되는 결과(C)를 가져오게 된다. 이렇게 비합리적 신념이 자기 암시와 자기반복의 과정을 통해서 자기 안으로 스며들면서 정서 장애를 일으키게 된다. 그래서 관계의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어릴 때 부모의 영향을 받더라도 자신의 삶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는 존재로 우리는 성장한다. 자유롭게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고, 비록 어려운 환경일지라도 과거의 자신을 새롭게 결정할 수 있는 힘이 모두 내재되어 있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기대와 요구에 의해 영향을 받고 있으나 자신에 반복되어지고 버리고 싶은 행동유형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행동을 선택할 수 있는 능력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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