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무엇인지 아시나요?’ 라는 질문으로 던졌다. 그리고 질문에 답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입니다’ 라고 답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가장 쉬운 것은 관계를 깨는 일이고, 가장 힘든 것은 자신을 깨는 일이었다. 나는 사춘기 때 나름 무난하게 지냈다. 어쩜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기억나지 않는다면 ‘무난했겠지’라고 생각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40대 중반의 나이가 되었을 때부터였다. 최대의 나의 방황은 40대 후반이었다. 아마 사춘기 때 나타날 증상처럼 반항하고 감정의 일정선이 없는 시기를 40대 후반에서도 나타나다니, 나에게는 너무나 힘들고 버겁고 자신을 비난했다. 한마디로 감당할 수 없는 수위였다. 사춘기 때 부모들은 말한다. 좋은 친구를 사귀어야 한다고, 나 또한 지금의 자녀들에게 그렇게 말하고 있다. 사춘기를 40대 중반에서 시작했으니 나에게도 좋은 친구를 사귀는 것이 숙제였는지도 모른다. 간과했다. 나의 잘못이었다. 좋은 친구를 사귀는 것은 나이와 상관없었음 뒤늦게 깨달았다. 그것을 왜 몰랐냐고 묻는다면, ‘저는 그만큼 무디고 느린 사람이었어요. 둔하고 모자라고 무조건 사람이면 다 좋아하는 것을 어떡해요’라고 말했을 것이다.

내가 말하는 ‘좋은 친구’라 함은 타인의 마음을 이용하여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는 그런 사람만 아니면 된다. 인간은 본래 이기적인 습성을 가지고 있다. 나에게도 이기적인 마음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타인을 아프게 하고 상처를 줘서 죽음을 선택하게 하는 그 만큼의 이기적인 마음을 지니고 있지 않는다. 그 또한 자신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나는 그랬다. 얼마나 만만했으면, 얼마나 바보 멍청이 등신 같았으면, 얼마나 그 사람을 좋아했으면 간 쓸개를 다 빼줬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이용당했다면 나만의 문제였을까? 그래도 나는 상담사이고 꽤 오랜 시간 분석을 받았고, 교육 분석이며 자가 분석을 계속 하는 사람이닌까 내 안에서 문제를 찾으려고 많이 노력했다. 지금 이렇게 내가 숨을 쉴 수 있는 것은 상담덕분이었다. 그러나 내 마음의 은둔생활은 극복하기가 그리 쉽지 않았다. 사람에 대한 위축, 공포, 두려움 등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감정들을 소화해 내기에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내가 자각하는 순간 나의 변화는 시작되었다. 그러나 안 되는 부분은 아직도 많다. 그래서 나는 끊임없이 진화할 예정이다.

다른 사람들은 이렇게 말을 한다. ‘상담사면서 왜 이렇게 극복을 못하냐’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말을 한다. 그런 말들이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다. 어설픈 언어와 위로는 오히려 독이 된다는 사실도 알았다. 나는 어린 아이처럼 조금씩 나아지고 있을 뿐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람관계에서 불안했고 교육진행, 모임주선 등 그 어떤 것을 시도하기가 두려웠다. 그런 과정에서 정리된 관계도 있었고, 삐걱거린 관계도 있었다. 처음에는 내가 관계를 못하는 사람인가 무서웠다. 그러나 ‘그래, 서투를 수 있어. 천천히 가자’ 수없이 자신을 도닥이며 여기까지 왔다. 나는 ‘사람관계처럼 쉬운 게 없다’고 생각했던 사람이었다. 그것이 나의 가장 큰 잘못이고 교만이었다. 지금은 그 어떤 것도 성급한 마음이 없다. 불안이 올라오면 모든 행동을 멈춘다. 그리고 내 안의 불안을 유발시킨 원인을 찾는다.

사람관계를 비롯하여 모든 것에는 시작이 있다. 그 시작에는 나로부터이든, 타인으로부터이든 상관없이 시작된다. 그 시작에는 삶의 방향과 각 사람마다의 삶의 여정이 깃들어 있다. 사는데 급급해서 타인의 아픔을 볼 수 없었던 날들도 있었을 것이고, 열심히 살다보니 자신의 상처를 들어다볼 시간도 없었을지도 모른다. 열심히 사는 것이 과연 좋은 것이었을까? 지금은 많은 생각과 관점이 바뀌었다. ‘못나게는 살지 말자, 양심을 살피고 바르게 살자, 적어도 타인을 아프게 하지 말자.’ 에 초점이 더 많아졌다. 전에도 그런 마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살다보니 간과했던 부분이었을 것이다. 인성을 갖춘다는 게 별거인가? 양심을 지키며 타인에게 상처주지 않고, 상처를 줬다면 진심어린 사과를 할 수 있으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 진짜로 산다는 것이 무엇일까? 동시대에 살면서 같은 시간을 살아가면서 다양한 삶의 형태를 지녔다. 그 누구도 자신의 삶을 무의미하게 살아가진 않는다. 그것이 역할이든, 인간 자체로든 상관없이 말이다. 그래서 서로를 존중해야 하나보다. 또한 타인을 걱정하고, 사랑하는 마음은 참으로 귀한 것임으로 그 자체로 이용당하기에 합당한 것이 아니라 존중받아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최선을 다하고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제대로 살고는 있는 것일까? 나는 왜 사는 것일까? 나는 무엇 때문에 사는 것일까? 에 대한 질문을 닫고 살아간다면 그것은 숨만 쉬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매순간 나는 나에게 질문을 해 본다. ‘오늘 너의 마음은 어떠했니?’ 라고. ‘어떻게 살 것인가?’ 이 순간에도 나의 숙제로 남아있다.

- 가득이심리상담센터 심리학박사 박 경 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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