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 보다가 누가 돈세탁을 했다고 하면 눈살을 찌푸리곤 했다. 그러나 그런 일은 우리와 무관한 일이었다.

엄청나게 돈이 많은 사람과 아주 큰 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일 뿐이었다. 돈도 권력도 없는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런 내가 돈세탁을 했다. 돈 세탁은 이상한 사람들만 하는 줄 알았는데 나도 돈 세탁을 하게 될 줄이야!

작업복을 입고 텃밭에서 일을 하다가 동네의 구멍가게에 물건을 사러 갔다. 오만 원을 내고 사만천 원을 거슬러 받았다.

집에 와서 그대로 일을 하다가 작업복을 벗어 빨랫감 사이에 넣었다. 전화기는 꺼내 놓았는데 돈은 손에 잡히지 않아서 꺼내는 것을 깜빡했다.

내가 벗어 놓은 작업복을 아내는 그대로 세탁기에 넣고 빨래를 했다. 세탁을 마친 빨래를 널려던 아내가 돈을 보았다. 만 원, 또 천 원짜리 한 장. 돈의 주인이 나라고 생각한 아내는 나를 불렀다. 그제서야 작업복에서 돈을 꺼내지 않은 것을 생각해 낸 내가 나머지 돈을 찾았다. 나머지 만 원짜리 석 장은 빨래 사이에서 한 장씩 숨어 있었다.

저도 세탁된 돈이랍시고 저 스스로 알아서 숨어 있었다. 세탁된 돈은 깨끗하게 변해 있었다. 가게에서 거스름돈을 받을 때는 누군가의 손때로 지저분했는데 세탁된 돈은 은행에서 막 나온 것마냥 깨끗했다.

아내가 “우리도 돈 세탁을 했네.”라고 말했다. 나와 아내는 세탁으로 깨끗해진 돈을 보면서, 우리도 돈세탁을 하는 사람들의 대열에 들어섰다고 마주보고 웃었다.

돈을 세탁하면 이렇게 깨끗해져야 하는데, 어떤 사람들은 돈을 세탁하여 깨끗했던 돈을 더럽게 만든다. 그렇게 더러워진 돈은 세상의 눈을 피해 은밀하게 전달된다. 요즘은 돈을 세탁했다는 말이 들리지 않는다.

아예 돈세탁이 없어졌는지. 그렇다면 다행한 일이다. 앞으로는 돈을 더럽게 만들어서 세상 사람들에게 감추는 돈세탁은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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